새도 옳은 것을 안다 - 나와 함께 날아가자
새도 옳은 것을 안다 - 나와 함께 날아가자
  • 승인 2018.03.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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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지난해 말 중국 SNS 망인 웨이보(微博, Weibo)를 뜨겁게 달군 영상 가운데에 짝을 잃은 어린 새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어린 새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갑자기 죽자 주인이 휴지에 말아서 버리려 하는데 나머지 한 마리가 가로막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나머지 새는 짝을 떠나보내기가 아쉬운 듯 말린 휴지 속으로 들어가 죽은 새를 끌어내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주인이 잠시 이별의 시간을 주기 위해 휴지를 풀어주자 죽은 새의 뺨을 문질러보기고 하고, 등을 밀어보기도 하면서 깨우려 하였습니다. 한참 뒤 주인이 다시 휴지를 말려고 하자 이번에는 주인의 손을 쪼면서 짝을 보내기 싫어하였습니다.

함께 살던 강아지도 한 마리가 먼저 죽으면 이처럼 짝을 보내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강아지는 자기 짝이 없으면 음식도 먹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자기 혼자서는 먹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자신의 짝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폴폴 날아다니는 새도 그렇게 한다니 참 가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 우리나라에도 새가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야기가 있었던 같습니다. 한 사진작가의 렌즈에 죽은 짝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새가 포착된 것입니다.

당시 이 새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서도 죽어버린 동료를 떠나지 않고 잠시 날아올랐다가는 다시 돌아와 깨우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그 사진 밑에 ‘하물며 새도 이러할진대 사람들은 함부로 다른 사람을 해치는 악행을 저지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사랑의 위대함을 배워야 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중국 현대 미술가 중에 류쿠이링(劉奎齡)은 여러 동물 중에서도 새를 많이 그리고 또한 잘 그린 화가로 이름이 높습니다. 이 류쿠이링의 그림 가운데에 ‘오륜도(五倫圖)’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오륜(五倫)’이라 함은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의 다섯 가지 윤리를 말하는데, 그림을 들여다보면 학(鶴), 금계(錦鷄), 원앙(鴛鴦), 공작(孔雀), 제비(燕) 등 다섯 종류의 새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이 새들이 오륜을 상징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학(鶴)은 ‘주역(周易)’ ‘중부괘(中孚卦)’에 “우는 학은 그늘에 있고 그 새끼가 화답한다(鶴鳴在陰, 其子和之)”고 한 구절에서 부자유친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즉 어미가 산기슭에서 울면 새끼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화답(和答)해서 울기 때문에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금계(錦鷄)는 다른 이름으로 준의라고도 하는데, ‘의(義)’자가 들어있어서 군신유의의 상징으로 연결 짓는다고 합니다. 또한 금계는 봉황과 비슷하여 임금을 상징하기도 하였으니 ‘군신(君臣)’의 ‘군(君)’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원앙(鴛鴦)은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하므로 부부유별이 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공작(孔雀)은 좀 복잡합니다. 공작은 높은 곳을 오를 적에 반드시 왼발을 먼저 든다고 합니다. 이 때 발 하나를 드는 데도 그 차례(序)를 지키므로 장유유서의 상징으로 보았습니다.

제비(燕)는 붕우유신을 상징합니다. 주인이 아무리 가난해도 강남 갔던 제비는 용케 제 살던 옛 둥지를 잊지 않고 찾아오므로 신의(信義)를 지킨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소한 그림 하나하나에도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담고자 한 옛 사람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사람들은 이 ‘오륜도’를 보고, 새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의미를 스토리텔링으로 꾸며 교훈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이는 결국 우리에게 둘레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에서도 교훈을 찾는 지혜를 가꾸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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