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 학대 심각 동방예의지국 옛말
<기자수첩> 노인 학대 심각 동방예의지국 옛말
  • 승인 2009.01.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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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지역 한 노인전문병원으로부터 80대 할머니가 버려졌다는 신고가 대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됐다. 치매를 앓고 있는 A할머니가 해당 병원에서 수년째 요양 중인데 최근 6개월 동안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은 보호기관은 수소문 끝에 아들 B씨를 만났다. B씨는 “사업 실패로 병원비를 부담할 수 없어 연락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며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어지는 경기불황으로 노인들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고다.

대구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에는 모두 132건의 노인학대가 접수됐다. 특히 고의적으로 유기한 건수가 2007년에는 단 1건도 없었지만 지난해는 8건이나 접수됐다.

피해내용은 비난·모욕·협박 등을 통해 노인에게 정서적인 고통을 주는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았고, 물리적인 폭력이나 감금, 흉기사용 등으로 고통을 주는 신체적 학대가 뒤를 이었다. 특히 학대행위자의 90% 이상이 아들 등 친족인 것으로 조사돼 가정 내 노인학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들어 노인 유기·학대가 급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대자 개인의 내적문제와 함께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경로효친’을 도덕적 잣대의 기본으로 삼아왔던 동방예의지국의 백성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가슴 아프다.

최근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예전보다 훨씬 풍요롭게 살고 있는 지금 노인 학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젠 노인의 문제를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해 두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일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국가인권위는 `노인에 대한 사회차별 실태조사’를 통해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방 노인 학대 예방센터의 확충 △노인 학대 예방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보급·시행 △잠재적 노인학대가족 지원 △피학대 노인을 위한 서비스의 전문화와 다양화 △가해자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시행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가족 간의 잦은 교류를 통해 가정 내 융화와 어른들에 대한 존경심을 만들어 가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부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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