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바라보는 시각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
  • 승인 2018.03.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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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권호(안전보건공단 대구지역본부장)


사람들은 ‘안전’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으면 어떤 단어가 연상될까?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위험, 사고, 인재, 규제 등의 부정적인 용어가 생각날 것이다. 반대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기쁨, 즐거움, 아름다운 추억 등 뭔가 기분 좋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연상된다. ‘안전’이라는 단어에 왜 이런 단어들이 연상될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동안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주로 사고를 통해서 안전을 익히게 되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고가 일어난다. 우리가 금방 잊어버리거나 기억할 수 없는 조그마한 사고부터 지역 사회를 패닉에 빠뜨릴 만큼 큰 사고까지 다양한 사고들이 수없이 반복된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들을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봐도 STX 조선해양 폭발사고, 남양주 크레인 붕괴사고, 포항제철소 질식사고, 부산 엘시티 건설현장 추락사고 등등…. 이러한 사고들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무엇을 했나? 사고를 당한 개인과 그를 아는 사람을 포함한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느냐?”며 한탄했고, 언론에서도 “예견된 인재”, “우리사회의 만연한 안전불감증” 등에 대해 지적 했고, 전문가들도 수많은 대안들을 제시했다. 마치 언제나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처럼…. 사회 구성원들은 정말 이번에야말로 무엇인가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지만 역시 변하는 것은 별로 없고 또 다른 사고, 유사한 사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복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져 갔다.

우리 사회는 정말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생활화 하는 즉,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일부에서는 안전문화 수준 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활용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지수가 얼마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정부에서는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사고의 사망률을 2022년까지 50% 감축하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산업현장에서는 연간 사고로 천여명(‘17년 964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손실액도 약 21조원 정도가 된다. 이러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안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 자율안전 준수를 유도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규제를 한다는 것은 사전에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켜야 할 규범을 정해두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통제를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율은 합리적 개인이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강요되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다른 것에 의해 간섭·지배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안전보건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할 때 자율과 통제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안전보건 정책의 경우에도 규제를 하기도 하지만 자율적으로 안전보건활동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들도 꽤 있다. 어떤 정책이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제를 장·단기 또는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여 추진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를 50%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현행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준들을 원칙적으로 적용하여 기준을 지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현장에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콩나물을 대부분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옛날에는 집에서 직접 기르는 경우도 있었다. 콩나물을 키울 때를 생각해보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그 물은 모두 밑으로 흘러내린다. 처음 몇 번 시도 후 물이 다 흘러버린다고 생각하여 물을 주지 않는다면 콩나물은 영원히 싹을 틔우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콩나물을 키우는 기간은 매우 짧은 기간에 불과하나 콩나물의 입장에서 보면 일생을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아 성장하고 마침내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것이다. 산업현장의 안전도 콩나물을 키우는 것처럼 처음에는 잘 자라고 있는지 성과가 있는지 바로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매일매일 안전활동과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가 먼 훗날 그 기업의 성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제 안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인식하고 기업이 존속하는 동안 안전을 실천해야 마침내 성과가 나타난다는 기다림의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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