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물가로 불러 낸
끊임없이 물가로 불러 낸
  • 승인 2018.03.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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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한때는 살갗 탱탱한 유혹이었지

미끈한 탄력으로 물살 누르며

출생의 미천도 가벼이 헤쳐나갔다

잘생긴 자식새끼들 큰물에 보낸 기억 떠올리며

한평생 받쳐주던 부레마저 내어주고

끓는 물속에서 아름다운 해탈길로 가는가



아무런 장식 없는 몸 깊숙이

세상의 기억들은 삼삼하게 간 배어

붉은 아가미마저 곤하게 잠드는 저녁

두어 잔 소주 걸친 아버지 목소리 낙동강 둑길 거닐고

어린 붕어들 재잘거리는 갈대밭

재첩 한 바구니 줍는 꿈을 꾸었다



◇김인권 = 1997 ‘시문학’ 등단

부산강서문협회원, 시집 <즐거운 몽상> 외




<해설> 한 마리의 고기 위에 강이 오버랩 되고 연이어 인간의 생애가 담겨진다. 출생과 성장의 신산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식들 큰물로 보낸 후 스스로는 술안주로 해탈하는 고기 한 마리. 그 고기 같은 아버지가 낙동강 강둑에 환영으로 거닌다. 어려운 시절, 개천에서 태어나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용케도 제법 큰 물고기를 길러 대처로 보낸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이다. 대처로 나간 그 자식이 다시 강물을 바라보며 부모님을 추억한다. 아울러 자신의 새끼 물고기도 품어본다. 물고기로 대유된 탱탱하고 미끈한 탄력의 생동감과 부레, 아가미 등의 상징적 이미지가 시정을 더 맑고 깊게 한다.

-서태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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