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아이에게 닥치지 않게 하려면
미투(Me too), 아이에게 닥치지 않게 하려면
  • 승인 2018.03.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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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 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미투가 사회의 곳곳을 흔들고 있다.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으로부터 촉발된 미투는 문학계, 연예계, 정치권을 거쳐 종교계와 학교현장까지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사회 어디도 자유로운 곳이 없다고 할 만큼 미투는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이며 참담한 민낯이다. 외국도 미투 운동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이 들불같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 문제의 진짜 본질은 ‘성’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의 본질은 사회에 만연해있는 ‘권력의 잘못된 사용과 복종’이다. 연출가의 “마사지를 하라”는 말에 배우가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연출가에게는 있는 권력이 배우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도지사가 비서에게 잠자리를 요구할 때 거부할 수 없었던 것도, 학생이 교수의 추행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것도, 한쪽은 가지고 있는 권력을 다른 한쪽은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이 동등한 곳에서 지속적인 억압과 폭력은 존재할 수 없다. 미투의 피해자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피해자로 남아야 했던 것은 그들이 여자이기 이전에 그들에게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각성하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 있는 자들에게 그런 것을 바랄 수는 없다. 권력은 크든 작든 그것을 가지게 되면 좋은 사람도 나쁘게 만든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숱하게 봐왔지 않은가? 권력자들이 알아서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그들은 지금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가 미투 운동이 잠잠해지면 언제라도 기어 나와 그들이 가진 권력을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타인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우리사회는 좀 더 많은 민감성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 사실을 경험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아무런 권력도 없이 맨몸으로 사회에 나가야할 아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지금 어떤 일을 해야만 할까?

5년 전, 10년 전 일들을 이제야 꺼내는 미투의 피해자들에게 “왜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하나?”라고 물으면 하나같이 “지금까지는 내가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라고 말한다. 그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가면서도 아무 말 없이 꾹 참았던 것은 ‘어차피 말해봤자 아무 변화도 없을 거다. 그 말을 한 나만 피해를 볼 것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말해봤자 소용없다, 그냥 참아라”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받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참고 복종하는 것에 학습되어 있었다. 우리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는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가만히 듣고, 윗사람의 명령에 그대로 따르는 것이 미덕임을 강조하는 나라다. 지금 일어나는 미투는 바로 이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엄마한테 말대꾸하지 마, 그냥 하라는 대로 해, 말 잘 들어야 착한 어린이야”라는 말부터 “네가 형이니까 참아, 네가 먼저 양보해, 참아야 착한 아이지”라는 말까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싶을 때, 다른 행동을 하고 싶을 때 ‘참아라’라는 말을 계속 듣다보면 사람들은 참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참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아무도 ‘참지 말라’고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들은 폭언을 들어도, 성추행을 당해도, 성폭행을 당해도 그저 참았다. 그래서 그들은 피해자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미투의 피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때 참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입 다물어, 말 잘 들어”라는 말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아이가 엄마 말에 당당하게 말대꾸하고, 남의 의견보다 자신의 의견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선생님이 억지로 무언가를 시킬 때는 거침없이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아이는 사회에 나가서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 아이를 만드는 방법이며 미투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이다. 내가 가진 권력을 내 아이에게 행사하지 말자.

다시 말하지만 미투는 성문제이기 이전에 권력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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