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얼굴아트센터 방준호 특별기획전
웃는얼굴아트센터 방준호 특별기획전
  • 황인옥
  • 승인 2018.03.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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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새긴 인간의 기상
단단한 돌로 ‘흔들리는 나무’ 조각
“바람에 부러지지 않는 나무 보면서
고된 삶도 이겨내는 인간 의지 봤다”
1_방준호
방준호_wind_stone_110x20x65cm2016.

조작가 방준호의 관심사는 자연이다. 자연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캐스팅한다. 방식의 차이만 있을뿐 언제나 조각의 대상은 자연이었다. 첫 작업은 직접 캐스팅의 형식을 취했다. 전국을 돌며 작업에 부합하는 풍경을 물색하고 그곳에 예술적 행위를 추가했다. 특히 축구장 10개 크기 들판의 논바닥 위에 차광막을 덮는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 작품이 대표작이다.

“논두렁은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선인데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주변 산등성이의 산들과 닮아있어 자연의 일부처럼 흡수됐다. 자연에 직접 예술 행위를 입혀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소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연에 꽤나 드라마틱하게 접근하던 때는 혈기왕성하던 20대였다. 당시 작업에 거침이 없었다. 설계도가 나오면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딱 20대까지만 그러한 방식이 허용됐다. 30대가 되면서 현실의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작품 제작 비용이 문제였고,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열정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특히 결혼을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가 피부로 다가왔다.”

출범 4주년을 맞은 웃는얼굴아트센터의 특별기획전에 초대된 방준호의 작품은 브론즈, 돌과 나무 등의 재료로 자연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조각들이 전시되고 있다. 돌과 나무라는 재료에 자연의 일부인 나무등을 조각했다. 대규모 스케일의 자연을 직접 캐스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돌이나 나무라는 축소된 공간에 간접적으로 자연을 조각했다. 현실과의 타협의 결과였다.

“나무는 어린시절 산과 들판에서 보아왔던 자연의 일부였다. 거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나무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바람, 바람, 바람’. 박제된 자연에 실재하는 자연과 동일한 생명력을 불어놓고 싶은 열망에 바람을 도입했다. 나무에 바람을 숨처럼 불어넣자 박제된 자연에 생동감이 넘실댔다. “직접 들판을 누비며 작업할 때 바람과 온도 날씨, 중력을 피부로 느꼈다. 그때 생물학적 자연이 뇌리에 각인됐는데, 작업을 축소하면서 바람을 통해 생물학적 자연을 생생하게 날려낼 수 있었다.”

여전히 스케일은 대형이다. 물론 시각의 차이를 이용했을 뿐 실제 스케일은 크지 않다. 풍경 속 사람을 손가락 마디보다 작게 축소함으로써 풍경 전체가 확대되어 보이는 착시 효과를 노렸다. 난장이 왕국 속에 보통 인간이 던져졌을때 느끼는 크기와 맥락이 비슷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있는 자연풍경에 손가락만한 사람을 조각해 놓았다. 사람이 작아지니 상대적으로 풍경이 거대해졌다.”

작품의 재료로 쓰이는 나무나 돌은 자연의 일부다. 시간이 흐르면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피기 마련. 작가는 바로 이러한 변화과정을 염두어 두고 재료를 선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각에 먼지와 곰팡이가 피면서 작품이 생물학적 자연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돌과 나무에 자연과 바람과 사람을 조각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위에 먼지와 곰팡이가 핀다. 그때 그 풍경은 진짜 자연과 다르지 않다.”

그의 조각은 의외로 따뜻하다. 돌이 가지는 차가운 속성이 풍경의 분위기에 개입되지 않는다. 이유는 인문학적 은유에 있다.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인간을 동일시한다. 태풍에도 꺾이지 않는 나무와 인간을 동일한 시선으로 접근하며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무는 바람의 흐름에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거친 바람 속에서 휘어지면서도 바람이 잦아든 후의 평화를 생각하며 견뎌낸다. 나무의 끈기에서 인간의 참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니 따뜻할 수밖에...” 전시는 4월 13일까지. 053-584-872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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