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은 순서 뒤섞인 문헌…조부 가르침 따라 해설”
“‘大學’은 순서 뒤섞인 문헌…조부 가르침 따라 해설”
  • 황인옥
  • 승인 2018.03.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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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문 선생 ‘주역의 관문 대학’ 출간
31일 앞산 대연학당서 출판기념회
주역 연계 삼강령 수리 등 조명
주자 ‘대학장구’ 시금석 삼았던
야산 이달 ‘대학착간고정’ 풀어내
“유학의 쇄신 위한 시대적 소명”
“자연의 이치야말로 진정한 법
대학·주역서 합일정신 배워야
물질·개인주의 만연한 오늘날
180316-음양60갑자
주역과 대학의 합치도본.

이응문회장4
청고(靑皐) 이응문 선생
청고(靑皐) 이응문(58)이 유교경전의 정수인 ‘대학(大學)’이 공자의 학통을 이은 증자와 그 문인들이 편찬할 당시의 원문 순서대로 복원된 것이 아니라는 낯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공자 사후 2500여년 만에 주역학으로 일가를 이룬 야산 이달(李達·1889-1958) 선생이 ‘대학착간고정’을 통해 원문대로 복원했다고도 했다. 그가 야산의 ‘대학착간고정’ 해설서인 ‘주역의 관문 대학’을 최근에 출간했다.

이응문이 대학 이야기를 하자 확 빨려들어 갔다. 역사 이래 동양에서 가장 완벽한 고전으로 인식해왔던 대학이 사실은 글의 순서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과 공자 사후 2500여년이 지난 후에야 원문순서를 완벽하게 되찾아 고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 등이 그랬다. 물론 야산의 결실에 대한 연구와 담론형성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한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응문이 ‘대학’의 순서가 뒤섞인 사연을 소개했다.

“분서갱유(焚書坑儒) 이후 한나라 때 대학과 중용이 포함된 고문(古文) 예기가 발견됐다. 그런데 다른 것은 온전히 보전됐는데 대학편만 죽간이 흐트러져 있었다. 고본 ‘대학’은 원래 뒤죽박죽된 상태의 문헌이다.”

전문(全文) 1,763 자의 짧은 글로 구성된 대학착간고정은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의 정치철학과 학문을 직접 연결한 유학의 정수다. 공자와 그 문하의 제자들에 의해 예기에 대학과 중용이 실렸다고 전해진다. 1190년 성리학파의 주희(朱熹)가 예기 중의 대학·중용 2편을 각각 별개의 책으로 편찬해 유교 경전인 논어 맹자와 함께 사서에 포함시켰다.

순서가 뒤섞인 대학의 착간을 바로 잡기 위한 시도는 시대마다 있어왔다. 송나라 정자와 주자가 시도했고, 그 중 주자의 ‘대학장구’는 오늘날까지 대표적인 대학교재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선유들이 고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오경(五經)의 으뜸으로 꼽히는 주역의 대가로 불리는 야산 선생은 해방을 전후한 격동기에 독학으로 학문과 수도에 정진해 유가의 사서삼경과 불교, 도교를 비롯한 제자백가의 학문을 두루 섭렵했다. 특히 주역학에 매진, 홍역학(洪易學)을 창시했다. 그는 일제 치하의 암울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만물을 이루는 태극의 원리를 바탕으로 홍역학(洪易學)을 창시해 근대 주역의 기틀을 세웠다. 홍역학은 수신의 덕으로서 또는 치세의 도로서 사용됐다.

“홍역학은 주역의 음양사상 및 서경 홍범의 오행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태극학이다. 홍범은 정치의 대도를 오행적으로 풀이한 것이며, 주역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음양학적으로 설명한 글이다. 야산은 이 둘을 줄여서 홍역학이라 했다.”

유년시절을 거쳐 유학경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부터 야산은 대학의 착간에 깊은 의구심을 품어왔다. 훗날 제자들을 가르칠 때에도 순서 고정의 필요성을 지적하고는 했다. ‘대학착간고정’의 편찬을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야산은 말년에 이르러서야 제자들과 더불어 본격적인 대학 순서 고정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그는 대학과 주역이 공자의 가르침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 대해 학문적 신념이 확고했다. 동일 인물이 편찬한 경전인 만큼 공히 동일하게 적용된 원리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야산 선생은 대학과 주역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는 주역(周易)의 원리를 대학에 적용해 순서를 바로잡는 작업을 시작했다.”

야산은 순서 고정 과정에서 주자의 ‘대학장구’를 시금석으로 삼았다. 고본대학의 글을 경문과 전문으로 나누고 경문1장의 삼강팔목(三綱八目)을 전문 10장에다 순차적으로 펼친 ‘대학장구’를 지은 주자의 학문적 업적을 평가하면서, 대학착간고정 원문도 경문 1장과 전문 10장의 체계를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경문 1장을 3강령 1절과 8조목 2절의 총 3절로 구성함으로써 주자와 다른 길을 걸었다. 야산은 태극원리에 따라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가 1·2·3으로 열리는 자연스런 흐름을 좇아 대학의 경문이 구성되었음을 밝혔다.

“주역의 삼팔목도는 태극이 3변하여 8괘를 펼치는 원리이다. ‘역(易)에 태극(太極)이 있고, 이것이 양의(兩義)를 낳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이 팔괘(八卦)를 낳는다. 팔괘에서 길흉이 정해지며 대업을 낳는다’고 했다. 야산 선생이 보기에 삼팔목도는 대학의 3강령 8조목과 정확하게 상응한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대학의 순서를 바로잡는 데 이 원리를 적용했다.”

그의 친손자인 이응문에 의해 ‘대학착간고정’ 해설서가 나오면서 야산 사후 60년 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응문은 해설을 붙이는데 있어 철저하게 ‘대학착간고정’을 정본으로 삼았다. 주역 경문과 연계해 야산의 ‘대학착간고정’을 해석해 나갔다. 주역경전의 밑바탕인 도서(圖書)와 팔괘(八卦) 등에 의해 대학경전의 핵심인 삼강령과 팔조목의 수리를 조명하려 시도했다.

“주역의 수리철학은 대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이해함에 있어 지극히 중요하다. 대학전문 10장의 64절목도 주역의 대성 64괘에 기초한다. 이 둘의 연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응문의 집안은 주역 가문이다. 주역학의 대가였던 야산 선생의 친손자다. 그의 부모와 아내까지 주역을 공부했다. 이응문의 경우는 처음부터 주역학에 입문한 것은 아니었다. 법조인의 꿈을 안고 경희대 법학과에 진학해 법학도의 길을 걷다 어느 순간 ‘과연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직면하자 대학을 중퇴했다.

이후 대산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 주역 공부를 팠다. 그는 현재 서울과 대구 김천 등에서 주역원전을 비롯한 동양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자연의 근본이치야말로 진정한 법이라는 깨달음이 문득 밀려왔다. 학문의 기틀, 삶의 근원을 세워야 미래가 열리는데 현실세계를 다루는 법학은 근원학문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구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학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

야산 삶의 흔적은 지난 해 책(‘난세의 사상가 야산 이달’ 이응국 저)으로 간행되어 나왔지만. 그의 깊고 넓은 학문과 사상은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이응문은 이번 책 출간으로 야산의 학문적 성과가 세상에 알려지고, 그의 주역학과 ‘대학착간고정’이 제대로 연구되기를 희망했다.

세상의 평가에 앞서 친손자인 이응문이 평가하는 야산의 기본정신은 바름으로 돌아가 근본을 보존하는 ‘반정존본(反正存本)’이다. 대학의 원본회복이란 학문적 업적도 그러한 정신으로부터 왔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얼굴인 국화와 국기는 무궁한 태극의 이치를 상징하는 무궁화와 태극기다. 배달겨레의 건국이념도 무궁태극의 정신을 펼쳐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조화롭게 만드는 ‘홍익이화’를 근본으로 한다. 우주자연과 천지만물의 생성변화와 원리를 가르친 역경은 인류문명의 시원이며 인문철학의 정화다. 태극에 의해 전개되는 대동중정(大同中正) 사상은 유학과 더불어 동양학문의 으뜸인 역경의 핵심이다.

“국기에 태극을 사용하고 국호로 대한을 선택한 것은 하늘의 소명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가 태극목도의 뿌리라는 뜻이다. 인문유학의 기본서인 대학의 고정은 동양철학의 흐름을 선도하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대한민국이 세상을 대동사상으로 이끄는데 이 대학착간고정이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운이 충만해야 시절인연이 온다. 그가 지금 이 시기에 ‘대학착간고정’ 해설서를 출간한 것도 시절인연이라고 했다. 유학의 쇄신과 새로운 부흥을 이끌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지금 이 시점에 부여됐다는 것.

이응문은 유학이 여전히 삶을 진솔하게 이끄는 학문이며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라는 측면에서 ‘대학착간고정’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세상과 호흡할 수 있는 학문이 유학이다. 인륜도덕의 등불인 유학이야말로 물질문명과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 새롭게 밝혀야 할 학문이다. ‘대학착간고정’이 현 시대에 중요한 이유다.”

왜 대학이며 주역일까? 야산 선생의 홍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대학이 주역의 시작이며 주역은 대학의 완성이기 때문에 둘 모두 중요하다. 두 고전의 근원을 이치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합일되는 지점을 만나고, 이 합일정신이야말로 현시대에 필요한 정신적인 가치라는 것이다.

과거와 현대, 서양과 동양, 보수와 진보, 종교와 학문, 남한과 북한을 하나로 합일할 때 비로소 평화로운 미래가 보장된다고 측면에서 대학과 주역의 합일은 시대적 요구라는 것. 이렇게 보면 이응문에게 대학과 주역은 과거의 학문이 아닌 미래의 학문일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음과 양이 맞물려야 돌아간다. 함께 더불어 도는 이 이치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가능하다. 그것이 곧 지혜다. 사물의 근본을 아는 참된 지혜를 얻으면 자비롭게 된다. 대인지학 공부인 대학을 통해 태극의 진리를 깨달으면 삶에 유익한 큰 길이 열리고, 혼란한 세상에서 그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이응문 선생의 출판기념회는 31일(토) 오후3시 대구 앞산 대연학당에서 열린다. 4월 7일부터 12주 동안 매주 토요일 낮(2시~ 4시)에 ‘주역의 관문 대학’에 대한 저자의 강의도 진행된다. 문의는 대연학당(053-656-4964), 사이버 대연학당(www.cyberdaeyeon.co.kr)으로.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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