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헌법개정안에 대한 소감
청와대발 헌법개정안에 대한 소감
  • 승인 2018.03.2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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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박사)



26일 해외순방중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청와대발 헌법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얼마나 시급하면 헌법개정안 발의와 같이 중차대한 사안을 해외에서 대통령이 재가를 하게 되었을까? 대한민국이 전자정부의 강국이요, 여당이 국회에서 심의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그렇게 되었다해도 참으로 모양새는 좋지 않다.

대통령은 이번 헌법개정안 발의의 정당성으로 “지금 개헌을 발의하지 않으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발생시킨 원초적 책임은 국회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5대 국회이후 계속 개헌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그때는 대통령들이 사실상 개헌을 거부하였고, 이번에는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통해 개헌을 하겠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되었으며, 야당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그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강한 현실에서 개헌안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면 선거가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아마 야당들의 속마음인 것 같다.

그러나 개헌안이 어떻게 진행되든지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소위 ‘꽃놀이패’이다. 통과되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 좋고, 통과되지 않더라도 정부·여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였음에도 야당들이 반대해서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변명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에 발의된 헌법개정안은 정부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보다는 국민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정부라는 보여주기식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 이유는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현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헌법이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국가의 구성·조직·작용과 기본권보장에 관한 기본적 원칙을 규정한 근본법이며 최고의 수권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모든 법률은 헌법에 위배될 수 없으며, 위배될 경우 무효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향후 30년, 길게는 향후 100년 대한민국의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개헌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안은 지난 2월 13일 발족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불과 1달 만에 마련했다는 사실은 헌법개정안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마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위원회가 밝힌 한달 동안의 일정을 보면 권역별 토론회, 16개 시·도 토론회, 관련기관 간담회 등의 외부일정과 17차례의 분과위회의와 4차례의 전체회의 등등 과히 살인적인 일정이다.

따라서 한달만에 이와 같이 엄청난 과정을 수행하였다는 것은 과거 대통령소속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반대로 깊이 있고 밀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사실은 정부가 이번 헌법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밝힌 5월 초까지 국회에서 헌법개정안이 마련되면 정부안을 철회할 수 있다고 한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국회안이 마련되어 정부안이 철회되면, 국회 개헌안을 표결에 붙이는데, 새로운 합의안 공고에 20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위해서는 5월 4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그 시일이 더욱 더 촉박하다. 정부안도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오는 5월 24일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게다가 현재 국회를 통과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서는 현재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위헌상태인 국민투표법이 4월 중순까지는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아직 국회 해당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제 국민들도 대통령이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고, 국민적 여망이 높은 개헌안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할 경우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야당들의 주장 또한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만큼 헌법 개정과 같은 국가의 가장 중차대한 사항은 비록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좀 더 국민의 여망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정부안이 만들어진 만큼 이를 토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들과 토의하는 장(場)을 한번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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