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하던 인조 발길 붙잡고, 선비들 뱃놀이 즐긴 ‘강변길’
유람하던 인조 발길 붙잡고, 선비들 뱃놀이 즐긴 ‘강변길’
  • 윤주민
  • 승인 2018.03.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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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과 함께하는 대구의 걷기 길 <13>강정보 녹색길
육신사~문산정수장~강정보 19㎞
자전거길·데크길·등산로 등 다양
사계절마다 특색 지녀 등산객 유혹
박팽년 후손 이은 인연 ‘육신사’
문양역 주변 마천산 ‘어르신 천국’
‘강안문학’ 부활 관광자원 개발을
강정보
죽곡정수장 데크에서 바라본 강정보.
IMG_2628
하빈면묘리육신사
하빈면 묘리 육신사.
디아크
강정보 디아크.


#강정보 녹색길

대구에는 도심지를 관통하는 신천과 북쪽을 흐르는 금호강이 있고, 서쪽의 낙동강을 따라가는 물길이 있다. 낙동강 물길에는 달성군 하빈면 묘골에서 강정보 디아크 물문화관에 이르는 <강정보 녹색길>과 강정보를 건너 고령군 다산면의 다산공원을 지나 사문진교에서 다시 다리를 건너 달성군 화원동산에서 강변을 따라 달성보에 이르는 <낙동강 물레길>이 있다.

<강정보 녹색길>은 대구와 칠곡군 왜관읍의 경계지점인 달성군 하빈면 묘리(묘골)에서 시작된다. 걷기길을 조성한 달성군은 문양역을 출발지로 표기하고 있지만 문양역에서 하빈면 묘리까지는 산길이다. 그러니 <강정보 녹색길> 물길 걷기는 묘골 육신사(혹은 삼성그룹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의 부인 박두을 여사의 생가)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전체 경로는 육신사~ 낙빈서원~ 삼가헌~ 하목정~ 성주대교~ 하빈수변공원~ 문산정수장~ 영벽정~ 죽곡정수장~ 죽곡산~ 강정보까지 19km이다.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세조에게 죽은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박비)이 외가인 묘골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순천 박씨의 혈통을 이어왔고, 처음에는 하빈사를 세워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다가 후에 사육신 6분을 모두 제사 지내면서 육신사가 되었다. 육신사에서 낙빈서원, 삼가헌을 지나 하목정까지는 낮은 구릉을 따라가는 길이고, 하목정에서 죽곡 정수장까지는 자전거길을 따라가는 평탄한 강변길이다. 죽곡 정수장에서 강정보로 가는 길에는 죽곡산이 있는데, 산길이 부담되면 우회하여 강변 데크길을 이용할 수 있다.

강정보 녹색길 19km는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평탄한 강변길이다. 봄이면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가을이면 갈대가 무성하고, 강물은 햇볕을 받아 반짝이며, 저녁이면 노을이 아름답다. 전체 경로는 육신사 ~삼가헌(낙빈서원) ~구봉산전망대 ~하목정(성주대교) ~하빈 남로(하빈수변공원) ~봉천나루터~ 문산 전망대 ~문산 정수장 ~영벽정~ 매죽골 ~죽곡정수장~ 강정보(디아크)까지의 19km이고 6시간 정도 걸리는 걷기길이다. 강정보 녹색길 전체를 조망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강정보 녹색길 이야기

지하철 2호선 종점인 문양역은 대구의 어르신들이 모이는 어르신 천국이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서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영욕을 온몸으로 겪은 어르신들이 모여 노후를 설계하고 새로운 노년을 즐기는 곳이 문양역 주변의 마천산(196m)이다. 마천산 주변을 걸으면 <준비 없는 장수는 재앙>이라는 말이 실감나고, <존엄한 죽음이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양역에서 시작하여 원점 회귀하는 7.5km(3시간 소요)의 마천산 등산길은 노년의 삶을 돌아보는 걷기길이고,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생각하며 걷는 길이다. 마천산을 일주하여 원점 회귀하는 등산길은 해발 300m이하의 평탄한 길이고 안내표지가 많아 비교적 수월하다. 경로는 터널출발점~제1 체력단련장~ 마천산~배수지 분기점~ 제2 체력단련장~분기점~제3 체력단련장~터널도착점이다.

달성군 하빈면 묘리(竗里)는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의 손자 박비(朴婢)가 기구하게 살아남아 순천 박씨의 대를 이어오는 마을이다. 박팽년(당시 병조참판)은 세조의 왕위 찬탈에 항거하여 이조판서인 아버지, 4형제, 아들 3형제 등 3대에 걸친 9명의 남자가 모두 처형되었고 여자들은 모두 관비가 되었다. 박팽년이 처형될 때 둘째 아들 박순의 아내인 성주 이씨가 임신 중이었다. 세조는 친정으로 내려간 이씨 부인이 아들을 낳으면 죽이라고 했다. 마침 박팽년의 여종 또한 임신 중이었고, 여종이 <마님께서 딸을 낳으시면 다행이나, 아들을 낳는다면 쇤네가 낳은 아기로 죽음을 대신 하겠다>고 했다. 박순의 아내가 해산을 하니 아들이었다. 마침 여종은 딸을 낳아 서로 맞바꾸어 살아남게 되었고, 후손을 이었다. 구사일생한 아들은 처음에는 이름을 박비(朴婢)라 지었고 세월이 지나 박일산(朴壹珊)으로 고쳤다. 육신사(六臣祠)는 사육신 즉, 박팽년, 성삼문,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다. 본래 취금헌 박팽년을 향사했으나 여섯 신하가 사당문 밖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꿈에서 본 후 나머지 다섯 신하의 위패도 함께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육신사 진입로에는 호암 이병철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의 생가가 있다. 경남 의령군 출신의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 창업 기반을 대구에서 시작한 것도 하빈면 묘골이 처가였기 때문이다. 어려서 관상을 보니 왕비가 아니면 거부의 아내가 될 것이란 예언대로 박두을 여사는 호암 이병철의 아내가 되어 삼성그룹의 가문을 일으켰다.

성주대교 앞 하빈면 하산리의 하목정(霞鶩亭)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낙포 이종문이 1604년에 건립했다. 인조는 왕위에 오르기 전 광해군의 폭정을 피해 전국을 유람하였는데, 경상도 지역을 유람하다가 경치가 좋은 이곳에 머물렀다. 그 인연으로 이종문이 당나라 왕발(王勃)의 등왕각서에 나오는 <붉은 노을빛을 받아 외롭게 날아오르는 따오기>라는 구절에서 하목정이라 명명하였고, 인조가 직접 현판을 썼다. 금호강의 연경서원, 용호서원, 이강서원, 금호강이 낙동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에 있었던 부강정(浮江亭), 낙동강의 하목정은 이종문, 서사원, 곽대덕, 손처눌, 정사진, 여대로 등 한강과 여헌의 문인들이 금호선사선유(琴湖仙査船遊)를 한 곳이다. 또한 금호강 안쪽은 17세기 초 대구지역의 유림들이 모여 뱃놀이를 하면서 강안문학(江岸文學)과 유학 르네상스를 꽃 피운 곳이다. 강안문학이나 유학 르네상스를 새롭게 부활시키는 것은 대구를 교육수도라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낙동강 문화를 이끄는 대구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00여 년 전 대구 선비들이 강안문학을 꽃 피운 낙동강, 금호강의 뱃놀이 행사를 고증하여 시대에 맞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면 대구의 정체성을 회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정보는 저수량 1억800만t으로 청도 운문댐과 비슷한 규모이고, 강정보에 설치된 수문은 원반부를 회전시켜 개폐하는 회전식 수문이다. 강정보 설치로 만들어진 문산 정수장과 죽곡 정수장은 대구시민들을 위한 상수도 취수원이 되고 있다. 강정보 근처에는 물문화관인 디아크가 있어 달서구민와 달성군민들이 즐겨 찾는다.

<강정보 녹색길>은 <낙동강 물레길>과 겹친다. 낙동강의 대구광역시 구간은 58km 정도이고, 전 구간을 낙동강 물레길이라 부른다. <낙동강 물레길>은 달성군 하빈면 묘리에서 시작하여 강정보와 달성보를 지나 달성군 구지면 대암리까지 이어진 58km의 자전거 종주길이다. 자전거 종주길인 <낙동강 물레길>은 강변을 따라가는 길이기에 걷기길로도 손색이 없다. 주변에는 강정보 수변공원(디아크), 다산문화공원, 달성노을공원 등이 있어 멋진 경치와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꽃 피고 새 울며 바람 살랑대는 계절에 <강정보 녹색길>로 봄맞이 여행을 떠나보자.

칼럼니스트 bluesun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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