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없다…증오만 있을 뿐 처절했던 진실과 잔혹한 복수
악당은 없다…증오만 있을 뿐 처절했던 진실과 잔혹한 복수
  • 윤주민
  • 승인 2018.03.2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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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원작 영화 ‘7년의 밤’
우연히 한 소녀 죽이게 된 남자
가족 위해 유기 후 사실 숨겨
학대하던 딸 죽음 알게 된 아버지
가해자 아들 죽이려 칼 갈아
모호한 선악 경계 ‘긴장감’
관객에 심판자 역할 맡겨
123분에 담은 소설 ‘호불호’
장동건 연기 변신 관람 포인트
영화
영화 ‘7년의 밤’스틸 컷.

딸 세령(이레)을 잃은 영제는 슬픔 보다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지나친 소유욕에 지쳐 도망간 아내마저 주검으로 돌아왔다. 영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범인을 찾기 위해 세령을 학대했던 그날 밤, 딸의 발자취를 밟는다. 그리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범인은 얼마 전 귀가하던 중 스쳐지나간 현수(류승룡). 그렇게 영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증거를 모은 뒤 현수를 사냥하기 시작한다.

현수는 아내(문정희)의 등쌀에 못 이겨 늦은 새벽 세령마을로 향한다. 이때 앞에서 서행하던 차량의 운전자 영제와 처음 만난다.

길을 잃은 현수는 세령마을을 찾기 위해 차를 돌리는데, 안타깝게도 영제를 피해 도망가던 세령을 치고 만다. 사람을 죽였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현수는 결국 세령을 유기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세령마을의 주민으로 살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는 죄책감에 시달려 자수를 결심하는데, 이를 알아차린 영제는 법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벌하려 한다.

영화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 작품. ‘광해, 왕이된 남자’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장편 소설을 123분의 러닝타임으로 옮겨냈다는 점에서 독자와 관객의 평이 갈릴 듯.

영화는 7년 전 일어났던 사건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살인자가 된 현수와 딸을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영제, 각자의 사정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 영화의 테마는 얼핏 보면 ‘부성애’를 다루고 있는 듯 하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아내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죄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현수, 악랄하지만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한 영제의 사투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난해한 메시지를 던진다.

현수는 경비원으로 일하며 아파트 대출금 이자를 걱정하는 사회적 약자로 등장한다. 반면에 영제는 세령마을에서 입김 좀 부는 실세로 부유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하지만 딸을 학대하는 악행을 저지르며 관객의 시선엔 ‘돈 많은 나쁜 놈’으로 비춰진다. 여기서부터 관객은 현수와 영제라는 인물을 두고 ‘누가 정말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흥미진진함 속에 더해지는 답답함, 이 영화의 묘미다. 여기엔 영제의 행동이 한몫 한다. “누군지 찾아내서 똑같이 갚아줘야지!”라는 말처럼 영제는 받은 만큼 돌려주려 한다. 또 캐릭터 자체가 악하고 잔인하다보니 오히려 살인을 저지른 현수가 선해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아쉽다면 어느 순간부터 떨어지는 긴장감이다. 영제가 세령을 쫓을때만 하더라도 가슴 졸이는 장면이 몇번이나 이어졌다. 이후부터는 루즈하다.

누가 선이고 악인지는 오롯이 관객이 판단해야 할 몫. 한 가지는 뚜렷하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생명을 앗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 죄는 그에 합당한 법으로 마땅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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