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초바늘도 추워서 더디 가는 계절에
한땐 눈 대신 비가 내리던 날을 생각하네
멈출 줄 아는 이가 행복하다 하였던가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행복과는 다르다네
눈부신 절정은 늘 흘러가니까
흘러간 것은 늘 그립고
오게 될 것은 늘 두려움과 함께 손을 잡으니
저 계절과 이 계절아
손에 잡히지 않은 것들과 이미 내 손에 있는 것과
내가 잡았던 많은 순간들아
늘 빛났네
어두울 때도 빛났네
다가오는 밤엔 등을 켜리니
어두워도 어둡지 않네
너는 빛나지 않아도 밝고 고왔네
고와서 공기 중 반딧불 같아라
아아 지난 것은 아름다워라
늘 지나서 아름다워라
◇이승현 = 1979년 부산 출생
한국시민문학협회원
낙동강문학 시 부분 신인상
<해설> 모순적인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 아니라 늘 모순이 세상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완벽하지 않아서 예쁘고, 어두워서 등이 가장 밝은 것처럼. 많은 것들은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아쉬워도 추억으로 훌륭하게 남겨질 수 있다. 애석해 하는 많은 찰나들, 그 순간순간에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자. 우린 많은 기억을 소환해 아름답게 만들어낼 줄 안다. -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