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의사협회장 당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새 의사협회장 당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 승인 2018.04.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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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마크원외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숨기면 알 길이 없는 것이 국가 정책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감축 등 내 앞에 떨어진 불만 신경 쓸 것이기에 거시적인 국가 정책의 내막을 파고들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런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가려운 곳만 긁어주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가? 도리어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아닌가?

지난 주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에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6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는 대응 방식의 강경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후보가 ‘모든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는 소위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강경한 방식의 대응을 약속한 최대집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의사협회장 선거는 10만 명이 넘는 전체 의사회원들 중 의사협회 회비를 납부한 회원들만 투표권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 밀린 협회비를 내면서까지 투표권을 회복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만큼 의사들이 느끼고 있는 절망과 위기감은 심각하다. 그렇게 가장 강경한 후보가 당선되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당선자의 이전 우파적 정치 행보나 언사가 현 정부 지지자들에 의해 급속도로 공유되며 의사 집단 전체를 골수 수구 집단으로 매도하는 시도들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기실 최대집 당선의 최대 공헌자는 다름 아닌 현 정부이다. 공급과 가격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적 의료시스템에 갇혀 숨막히는 와중에도 그나마 비급여 항목을 진료할 수 있기에 끊기지는 않았던 의사들의 진료의욕 근본부터 꺾어버리려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반발이 표출된 것이다. 지금껏 약사에게는 조제권을 내어주고, 한의사에게는 경증질환을 진료하도록 허용해주었으며, 높은 진료 위험부담을 안고 일하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으로 하여금 미용·성형시장으로 내모는 저수가 정책까지 감내하고 있던 의사들이, 이제는 더 이상 내어줄 것도 없다는 배수진 앞에 서게 되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비급여 항목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반발하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의원들, 병원들 모두 단일 국영의료보험에 당연 지정이 되어 있고, 의료기관이나 의료 인력의 서비스 질이나 원가와 관계 없이 국가가 통제하는 낮은 수가에 진료를 할 수밖에 없으며 소신에 따른 전문적 판단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행한 처치는 심평원에 의해 과잉진료라며 삭감되기 일쑤이며, 결국 낮은 이윤은 박리다매로, 적자는 비급여 진료로 어떻게든 매꿔가면서 버텨오던 중이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의 가성비 의료 혜택을 누려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즉, 비극적이긴 해도 그것이 현재 우리나라 의료에서 비급여 항목이 가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이다. 따라서 의사들에게 비급여 항목을 처방하고 그 대가를 받을 수 없게 한다면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체계가 무너진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예약 없이 당일 방문해도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 의사를 몇 달씩 기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문케어가 지향한다는 영연방 NHS식 국가완전보장 공공의료는 의사를 관료화했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고는 오랜 대기 일수를 감수하지 않고는 전문의는커녕 일반의도 만나기 어렵고, 감기 같은 병은 진료를 기다리는 사이에 다 나을 정도다.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한 중환자는 어떻게든 살려놓지만, 만성질환의 고통은 몇 달을 참으면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며 써야 할 약이나 처치는 국가의 비용 통제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민간 병원에서라면 진작 처치하고 완쾌됐을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일까지 심심찮게 발생한다.사실 한국의 다른 부분이 망가지더라도, 그래도 노년까지 한국에 살만한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바로 병/의원과 개원의들의 중노동과 낮은 이윤율로 돌아가는 한국식 박리다매 의료시스템이다. 개원의는 사실상의 자영업자다. 빚내서 의료기기 들이고 병원 임차하고 사람들 고용해서 의원을 열었다가 도산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리스크까지 온몸으로 감당한다. 큰 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같은 대기업 운영 의료기관은 사회기여사업이다. 그나마 비급여항목과 장례식장 같은 것으로 적자를 보전하면서 운영 중인 것이다(이것까지도 대기업이 돈벌려고 병원 한다며 선동하는 한국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는 차라리 그 자리에 호텔을 운영하거나 임대업 하는 게 기업으로서는 더 이익이다).

그것마저 국가에서 통제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속내를 알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하는 그 어떤 조건도 신뢰할 수 없기에 가장 강경한 후보를 회장에 앉힌 것이다. 의사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조금만 더 앞날을 걱정해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눈가리고 아웅하더라도 국민들이 정부의 선전만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진정 올바른 정책은 앞을 내다보는 국민들의 식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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