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에서 정시로… 전화 한 통화로 될 일인가
수시에서 정시로… 전화 한 통화로 될 일인가
  • 승인 2018.04.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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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갑작스런 대입제도 변경이 교육현장을 극도로 혼란케 하고 있다. 발단은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지난주 주요 대학 총장과 입학처장을 만나거나 전화로 “2020학년도부터 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하면서부터다. 지난 10년간 수시 확대 방침을 밀어붙였던 교육부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게다가 수시전형에서 객관적인 평가지표로 활용돼온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도 폐지 또는 축소토록 대학에 권고해 교육부의 대입정책이 수시와 정시, 어느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도 가늠키 어려운 상태다.

대학 입시제도는 대학자율성과 정책안정성을 전제로 하지만 교육부는 그런 상식조차 외면했다. 더구나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를 2020학년도 전형계획을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시한인 3월 30일이 임박한 시점에 통보했다. 교육부가 공문이나 정상적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전화 한 통으로 요청한 것은 ‘권위주의 행정’ ‘졸속 행정’의 전형으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교육부가 행정제재와 재정지원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일부 대학들은 서둘러 정시인원 증원계획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가 정시모집을 늘리려는 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2019학년도 입시기준 76.2%에 달하자 폐해를 보완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한다. 사실 학종이 ‘깜깜이 전형’‘불공정 전형’으로 비판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능 성적으로 뽑는 공정한 전형인 정시를 확대하라”는 시민단체 운동과 청와대 청원까지 벌어진 점에선 이번 조치에 수긍이 간다.

그렇더라도 교육부가 대학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입학전형을 바꾼 것은 잘못이다. 정시모집 확대 같은 중요한 대입정책을 변경하면서 공청회 한 번 개최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을 교육부의 하부기관 정도로 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학들은 행정제재와 재정지원 권한을 가진 교육당국의 지시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자율성 보장’ 공약과도 어긋난다.

교육부가 졸속 정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나 올해 초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이렇게 가볍게 다뤄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교육부가 없어져야 대한민국 교육이 바로 선다”는 극단적인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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