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의 패러다임 변화
안전보건의 패러다임 변화
  • 승인 2018.04.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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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섭
이형섭(안전보건공단 대구서부지사장)


산업안전보건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수의 근로자가 공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열악한 작업조건으로 희생되는 근로자가 늘어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법은 1953년 5월 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태동되었다. 1960년 및 1970년대의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산업재해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안전보건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었고, 마침내 1981년에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되게 되었는데, 2017년 말을 기준으로 사업장 240만 여개소, 근로자 1천850여 만명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물질을 사용함에 따라 이에 따른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9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2016년 대기업 협력업체 근로자의 메탄올 중독사고 등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문제는 개별적인 사업장 단위를 넘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확대되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증대되면서 안전과 건강은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안전보건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서는 국민 기본권에 ‘안전권’을 신설하여 재해예방과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보건 환경 변화에 따라 산업현장에서의 안전보건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의 확대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개정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을 현행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하였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하는 국제노동표준(ILS, International Labor Standard)과 지난 3월 12일에 공표된 ISO 45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서는 노동자(worker)를 단순히 사업주와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사업주가 사업을 영위하는 장소 및 공간에 들어와서 작업을 수행하는 모든 노동자(일하는 사람)로 확대하고 있다. 즉 정규직, 비정규직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장의 업무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고용된 노동자들, 외부 공급업체 소속 노동자들, 계약자들, 개인들, 파견 노동자까지 포함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안전보건의 새로운 국제적 표준인 ISO 45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공표 및 도입이다. 1999년 ISO 18001이란 표준으로 제정 작업이 진행되었으나 ILO 등과의 이견으로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민간의 단체 표준에 머물러 있었던 OHSAS 18001을 대체하는 것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선진국인 미국, 영국 등과 ISO 회원국의 안전보건 활동 및 국제노동표준(ILS)을 대부분 반영하여 마련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최고 경영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역할, 의지 및 책임, 안전문화 활성화 등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시스템의‘기획(Plan)-실행(Do)-검토(Check)-개선활동(Act)’의 전 부분에 노동자 또는 노동자 대표의 협의와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안전보건경영 활동과 사업의 프로세스 통합을 위해 품질경영시스템(ISO 9001), 환경시스템(ISO 14001) 등 모든 ISO 표준과 항목을 통일화하는 기반도 마련하였다.

현재 OHSAS 18001 인증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은 새로운 ISO 45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기업은 ISO 45001 인증을 취득하여 국제수준의 안전보건 활동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올해 초 대통령은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산재 사망사고, 자살,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사망자를 2022년까지 향후 5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산재 사망자수는 현행 천명 수준에서 500명 수준으로 감소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새로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ISO 45001이 우리 사회와 기업에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켜 산재 사망자 감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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