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 위에 서다
다시 길 위에 서다
  • 승인 2018.04.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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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찬

휘어진 골목 담장 커브 돌아 /모퉁이 축대가 있던 그집 /숟갈 부딧치는 따뜻한 불빛 아래 /가족들 웃음이 새어 나오던 창 아래서 /잠시 품었던 행복을 떠올리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습니다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을 /우리들의 꿈은 아직은 /혼돈 속에 엉켜 있습니다

길목마다 막아선 바리케이트 앞에서 /혹시 내가 지나친 세상의 길 /헛 짚었는 건 아닌지

구겨진 일상들을 반듯하게 펴서 /점자 짚 듯 지팡이 더듬거리며 /길 찾아 나섭니다

한 세상 비켜서서 바라본 /튤립이라 불려지는 슬픈 영혼들

지치고 아픈 몸 끌고 가야 할 그 길은 /먹물 같은 어둠만 가득 합니다

동촌강가 찻집 /나그네 바람과 마주 앉아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하필 내가 왜 이 아픔을 /지고 가야 하는지 /물비늘에 얹혀 흘러가는 /돌아오지 않을 강에게 넋두리 늘어놓으며

솟구치는 설움 애써 삼키다가 /끝내 울음 터트리고 맙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내일은 영원히 살 것 같은 꿈을 꾸어라*

잠시 끊었다가 다시 들려주는 바람의 노래 /나즈막이 따라 불러 봅니다

* 남미 혁명가 체게바라 리얼리스트의 다짐

* 튤립은 파킨슨 환우들 애칭입니다

◇김성찬 = 1959 대구 출생

1992년 심상지 2회 천료

2012년 시집 파란 스웨터 출간

2017년 19회 민들레문학상 대상 수상

<해설> 기도란 나와의 인연을 만드는 일. 간절한 바람 없이 지극한 노력 없이 이루어진 일 또한 어디 있을까.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하늘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에서 채워주고 붙여주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견인하자. 혹여 아카식 레코드의 도움 있다면 더욱 고맙고.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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