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반짝이는 철부지 소녀의 성장 드라마
잔잔하지만 반짝이는 철부지 소녀의 성장 드라마
  • 윤주민
  • 승인 2018.04.05 0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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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사춘기 그린 ‘레이디 버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담아
기억 속 생생한 성장스토리
관객들과 큰 공감대 형성
참신성 없지만 몰입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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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게 그리운 우리들의 학창시절, 오롯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시절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치기 어린 그날의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발버둥쳤던 것일까.

영화 ‘레이디 버드(감독 그레타 거윅)’는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 새크라멘토에 살고 있는 여고생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크리스틴은 하루라도 빨리 고리타분한 새크라멘토를 떠나고 싶어 한다. 소위 ‘중2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하루는 엄마 매리언(로리 멧칼프)과 투닥거리기 바쁘다. ‘레이디 버드’라는 자신이 지은 이름을 불러달라며 반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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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이 어려워 늘 가계를 걱정하는 매리언과 달리 크리스틴은 세상의 중심에 자신이 있는 듯 매사에 이기적이다. 동부 지역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지긋지긋한 도시를 탈출하려 한다.

그러나 크리스틴의 계획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성적이 우수하지 않는 데다 자신의 학비를 지원해줄 부모의 능력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크리스틴은 자신만의 날개를 펼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울타리도 완성되지 않은 채 날갯짓만 원하는 철없는 한 소녀의 일상, 영화는 그렇게 우리들에게 지난날을 회상케 하듯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자전적 얘기가 담긴 이 영화는 단순히 첫사랑의 설렘과 친구와의 우정 등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한 여고생의 성장통을 시간의 흐름 속에 리드미컬하게 풀어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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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언행에 불쾌한 감정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금세 그녀의 당찬 모습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크리스틴의 유쾌하고도 생생한 얘기는 시나브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부모의 내리사랑은 관객들로 하여금 기어코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크리스틴의 독설과 지나친 엄마 매리언의 간섭.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영화의 또다른 묘미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처럼,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대는 크리스틴은 뒤늦게서야 이를 후회하고 깨닫는다. 이런 크리스틴의 성장은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크리스틴의 얘기는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꾸며진다. 풋풋한 첫사랑, 진정한 친구와의 우정, 마지막으로 꿈에 관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속에 모두 엄마 매리언과의 갈등이 녹아 있다는 점.

아빠 래리(트레이시레츠)의 도움으로 크리스튼은 그토록 원했던 뉴욕으로 향한다. 짐을 풀자마자 술집에 들러 처음 만난 뭇 남성과 애정행각을 벌이고, 술에 진탕 취하기도 한다. 술에 깬 크리스틴은 일요일이라는 사실에 곧장 성당으로 향하고, 새삼 새크라멘토의 향수에 젖는다.

벗어나고 싶어했던 한적한 시골 마을, 크리스틴은 사소했던 자신의 지난 모든 일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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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적이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해서 참신하진 않다. 그럼에도 영화의 몰입도는 높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겪었을 또 진행 중인 얘기이기 때문이다.

추억을 되돌아보기에 이른 나이일 수도 있고, 너무 늦어버렸을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후회할 날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어른이 돼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영화 후반 뉴욕에서 만난 한 남성은 크리스틴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크리스틴은 바로 새크라멘토라 대답하지만 결국엔 샌프란시스코라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녀는, 아니 우리는 아직도 ‘어른아이’일 수도 있겠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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