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우리는 행복한가?
100세 시대, 우리는 행복한가?
  • 승인 2018.04.0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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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 목사
일주일 전 쯤 밤에 갑작스런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를 통해 전달되어 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노기에 차 있었다. 교회에서 겪은 어떤 섭섭한 일로 인해 목사인 아들에게 항의 전화를 하신 것이다. 여차 여차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을 해 드려도 노기를 풀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 버리신다. 그리고 기어코 주일 예배 후 점심시간에 주위 성도들에게 섭섭한 감정을 다소 격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여든이 넘은 목사의 어머니가 뱉어내는 섭섭함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던 성도들의 심정은 참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격하거나 거친 말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던 내게 그처럼 격하고 거친 말은 평생에 처음 들었다 해도 과장은 아니었다. 올해 여든 넷의 나이. 무엇이 그 분을 그처럼 화나게 했을까? 그것도 당신이 자기 몸보다 더 귀하게 여겼던 아들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에서. 그날 오후, 성도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어머니의 격정을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십사 부탁하고 귀가하는 나의 발길은 무거웠다.

그러고 보니 여든이 넘어갈 무렵부터 어머니는 달라지고 있었다. 퉁명스러운 전화 음성, 더 심술스러워지는 고집, 딸들과의 잦은 다툼. 아, 내 어머니. 그 인자하고 정이 넘치던 내 어머니는 어디로 사라지신 것인가?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물어보았더니 그것이 치매의 한 과정이라고들 한다.

어제께 아흔 여덟에 돌아가신 지인의 모친도 이십여 년을 치매로 고생하셨다 한다. 문상을 하고 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매 환자를 24시간 돌볼 수 있는 간병사를 구할 수 있겠느냐는 교인의 전화를 또 받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 연로하신 부모님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 눈에 많이 띈다. 요양원에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매주 뵈러가는 주위 분들의 고통과 수고가 비로소 몸에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고령자 가운데 치매 환자가 10%를 넘어서 70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30가구 당 한 명 꼴로 치매환자가 있는 셈이란다. 현재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는 고령화 속도와 수명연장을 감안하면 치매환자는 앞으로 더 크게 늘어 날 것이 분명하다.

유병장수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가정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우리 시대 중장년층들은 자녀들의 직장이나 결혼에 대한 부담과 아울러 부모님들의 연로함으로 인한 짐을 함께 지고 있다. 100세 시대의 도래가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음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된다.

100세 시대,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100세 시대를 맞는 현재의 우리는 각 세대마다 통증을 앓고 있다. 청년층은 미취업과 육아로 인한 통증을 앓고 있다. 취업과 육아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대폭적인 예산에도 불구하고 총체적 실패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문제는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노년층의 삶의 질도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환으로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 두 사이에 끼인 중장년층은 양쪽을 돌보는 데서 오는 심각한 통증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100세 시대, 우리는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정부로서는 100세 시대 프로젝트에 따라 장기적으로 국가 정책의 큰 틀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100세 시대 프로젝트란 평균수명 80세에 맞춰진 교육·정년·복지 등 국가정책의 큰 틀을 100세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를 위한 교육 정책의 하나로 은퇴 후 60세를 전후하여 향후 제2의 인생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노인성 질환의 예방과 아울러 급변하는 주위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2030년 34조원, 2040년 64조원으로 예상되는 국가의 치매 비용을 생각하면 치매비용을 교육비용으로 전환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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