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발목”…낯선 새 응원가에 팬들 ‘어리둥절’
“저작권 발목”…낯선 새 응원가에 팬들 ‘어리둥절’
  • 윤주민
  • 승인 2018.04.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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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작곡가 20여명, 삼성 상대로
원곡 무단 개사·이용 손해배상 청구
구단, 전문가와 응원가 전부 교체
관중 “익숙한 예전 노래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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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카드 MYCARD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에 앞서 삼성 치어리더가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 지난달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이날 삼성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김모(여·31·달성군 화원읍) 씨는 1회부터 흥미를 잃었다.

180도 바뀐 선수들의 응원가에 적응하지 못한 김 씨는 김상헌 응원단장의 선창에 익숙하지 않은 가사를 따라불렀지만 왠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옛 응원가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바로 옆 좌석에 앉아있던 두 명의 팬도 김 씨와 함께했다.

김 씨는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았는데 바뀐 응원가가 낯설게 느껴졌다. 삼성 팬으로서 따라가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익숙해서 그런지 예전 응원가가 더 좋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의 응원석인 블루존(Blue-zone)에서는 일부 팬들이 경기 초반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김상헌 응원단장은 매회마다 직접 가사를 알려주며 후창을 유도했고, 치어리더들도 동작을 알려주는 등 바뀐 응원가를 인지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지난달 15일 프로야구 응원가의 저작권과 관련해 윤일상 씨 등을 포함한 20여 명의 작사·작곡가들이 삼성 구단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동소송 소장을 접수하면서 그동안 사용했던 응원가를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구단이 원작자들의 동의없이 개사해 수년째 이용했다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KBO리그 구단들은 KBO 마케팅 자회사 KBOP를 통해 연간 3천만원 상당 저작권료를 지불해 왔다. 그러나 2016년 말께 원곡 저작인격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몇몇 구단들이 원작자와 다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인격권 중에서 ‘동일성유지권’이 이번 문제의 쟁점이다.

‘저작자가 자신이 작성한 저작물이 어떠한 형태로 이용되더라도 처음에 작성한 대로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변경(개사)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삼성구단 측은 선수들의 응원가를 전부 갈아치웠다. 시즌이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응원가를 작사·작곡하는 전문가와 협의, 현재 응원가로 사용하는 곡을 완성했다.

김상헌 응원단장은 “대부분의 팬들이 저작권 문제로 응원곡이 바뀐 것을 모르더라. 여러가지 힘든 점이 있었지만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이번 일은 직접 작사·작곡하는 단계에 접어드는 시발점이 되는 기회일 수 있다”면서 “(현재 응원곡은)제가 작곡한 곡도 있고 전문으로 작곡하는 분들과 작업한 것도 있다. 또 구단의 방침에 따라 클래식을 이용하기도 했다.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팬들을 위해 사비를 들여 더 좋은 응원곡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정확하진 않지만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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