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둥글게 감싸는 두툼한 빈터에
당신의 허락도 없이 점 하나 찍습니다
콕
미명을 몰아 새떼들 즐거이 자지러지게 울고요
다람쥐 가족의 수줍은 아양에 숲은 폭소로 자지르고요
매미동족들의 짝짓기소리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생명들의 요란 소소 기이한 울림들
하루 해도 바삐 줄달음 놓는 향연
몸의 오르막 내리막에 갖가지 꼴로
옷 갈아입는 생명들이 넘쳐흐르는
그 얼굴에 하루에도 몇 번씩
수 도 없이 자지러지는 데요
난 그들의 말을 몰라 늘 그냥 듣지만요
그들은 내 말을 다 알아 듣나 봅니다
대문도
울타리도
장식도 없는 집이
알 수 없는 웃음으로 터져 나오고요
어느새 무심히 그네들을 닮아갑니다
◇박성익 = 경북 상주 출생으로 경희대학교 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를 중퇴했으며 낙동강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해설> 작가 박성익의 ‘마당 넓은 집’은 본문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길이 없다. 시제로 보면 어느 빈집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본문은 자유분방한 자연으로 가득 차 있어 그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시에서 낯설게 하기라는 문학적 용어가 통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순간 궁금한 것은 시인이 이야기하는 마당 넓은 집이 어느 시골마을의 빈집일까? 아니면 자연 속에 자리 잡은 그들만의 보금자리일까? 해학적으로 펼친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이재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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