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 지역 상황 고려해야
지자체의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 지역 상황 고려해야
  • 승인 2018.03.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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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부국장
최근 일부 지역 체육계 인사들이 2030년 아시아경기대회(이하 아시안게임) 대구 유치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에서는 그동안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했었다. 2002년 개최된 한·일 월드컵 기간 중에는 준결승전 등 4경기를 치렀다.

아시안게임 유치 움직임은 박상하 국제정구연맹회장을 주축으로 한 지역출신의 체육인사 30여 명이 모임을 가지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2022년은 중국 항저우, 2026년은 일본 아이치·나고야의 아시안게임 개최가 확정된 상태지만 2030년 개최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다음 달 중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아시안게임 유치 의향서를 제출한 뒤 5월 중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 신청서를 낸다는 계획으로 준비 중이다. 대구시에서도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체육인사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국제 스포츠 빅 이벤트를 대구에 유치해 침체된 지역의 분위기를 되살리겠다고 한다. 대구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이 있는데다 대구스타디움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인천아시안게임과 달리 경기장 건설을 위한 큰 추가 비용 없이도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그동안 국제 스포츠대회를 개최한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대회 개최 후 도시브랜드 제고와 단기적인 지역 경기 활성화 등의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재정 악화 등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구나 지자체의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는 민선 단체장들이 경제적인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임기 내 치적 쌓기 용으로 활용한 점에서 폐해가 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에서도 지자체의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에 따른 예산 지원 등의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에 뛰어드는 지자체의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구에서 치러진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우도 정부의 지원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드는 바람에 대회 유치과정은 물론 사후에도 시설 활용과 운영 등에 따른 재정난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8 평창 동계올릭픽의 경우에도 대회 개최 이후 지자체가 새로 조성한 경기장의 사후 활용방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인천의 경우는 자체 비용으로만 2조3천500억 원의 예산을 출연해 경기장 건설비와 운영비로 사용한 뒤 대회 후 연간 100억 원 정도의 운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시도 2002년 아시안게임과 2005년 에이펙(APEC) 등을 유치하면서 발행한 지방채의 누적 적자가 2조원으로 불어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바람에 상하수도 및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돼 부담은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를 개최하게 되면 단기적이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개최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해당 지자체의 재정위기를 불러오는 등 부정적인 요인도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는 ‘독이 든 성배’이고 대회 개최는 지자체의 재정위기를 야기한 ‘블랙홀’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체육계 인사들의 아시안게임 대구 유치 움직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지역 분위기를 띄우고, 단기적이지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려는 애향심과 체육인으로서 소명의식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스포츠적인 측면에서도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스포츠의 양과 질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시의 아시안게임 유치는 타당성이 있을 까. 현재 대구시의 경제적인 상황을 비추어 볼 때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 들어 대구시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선정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전기차와 물산업클러스터 등 굵직한 현안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지역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발표에서도 지난해 대구시 재정자립도는 58.73%로 전국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6위를 기록할 만큼 어렵다. 지역에서 찬·반 대립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공항 통합이전 등 대구시가 해결해야할 현안 문제들도 산적하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국제 스포츠대회 유치에 뛰어드는 것은 대구시의 재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각종 대규모 국제 스포츠대회는 대부분 운영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재정과 사후관리 면에서는 지자체의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대구시에서도 지역의 미래를 위해 우선적으로 집중해야할 현안을 잘 살펴보고 현명한 결정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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