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좋아라”…심산유곡 숨어든 그대는 선녀였네
“외로워서 좋아라”…심산유곡 숨어든 그대는 선녀였네
  • 윤주민
  • 승인 2018.04.1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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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양생화 편지 (13)모데미풀
지리산 모데미마을서 첫 발견
전세계서 우리나라에만 자생
소백산·덕유산·설악산에 분포
지역에 따라 3월말~5월말 관찰
번식·재배 방법, 아직 확립 안돼
전문기관서 보존용으로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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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미풀을 찾아서

늘 그랬다. 소백산에서도 태백산에서도 철을 다한 직후에 마지막 남은 모데미풀 몇 송이를 마주하곤 했다. 이번에는 제철에 모데미풀과 너도바람꽃, 처녀치마, 얼레지를 만나겠노라고 바쁜 걸음으로 강원도로 들어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죽령을 넘어서면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청태산 초입에서부터 10센티 이상이나 적설이 된 겨울나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산행길로 들어서면서 인기척이 없어 이번 출사도 눈으로 헛걸음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약속된 장소에는 이미 몇몇의 사진가들이 눈 속의 계곡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 모데미풀이구나 싶었다. 계곡을 흐르는 물가로 설중 모데미풀을 찾아내서는 두세 명이서 대포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더러 눈 위로 노출된 가녀린 모데미풀의 꽃잎과 꽃대 가운데 해발 600m나 되는 영하의 날씨에 얼어 얼굴이 시커멓게 타들어간 개체도 눈에 띈다. 막 개화된 상태에서 간밤에 눈을 맞은 모양이다. 성급한 사진가들은 눈을 털어내어 모데미풀을 밖으로 노출시킨다. 그러나 영하의 날씨라 노출된 꽃잎은 다시 얼어붙어 얼굴이 타고 있다. 하지만 눈발이 흩날리는 계곡에서 잠시 동화 속 꿈의 세계로 들어온 듯 시간을 보냈다. 내려오는 길에 산언덕배기에 몇 년 전 꽃이 지고 난 처녀치마가 있던 곳을 찾았다. 눈을 받쳐 쓰고 얼굴을 빼곡 내밀고 있는 처녀치마까지 덤으로 만날 수 있었다. 4월의 이끼 낀 계곡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문정희 시인의 시처럼 ‘한계령’에 갇힌 듯 했다. 그래도 계곡에는 간단없이 맑은 물소리가 귀와 머리를 깨끗이 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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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미풀의 특성

모데미풀은 지리산 자락인 남원군 운봉 모데미마을에서 처음 발견되어서 모데미풀이라 부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 중의 하나이다. 모데미풀은 미나리아재비과 모데미풀속(Megaleranthis)의 여러해살이풀로 모데미풀속 중에 1종만 있으므로 한국에만 있는 고유속의 식물인 셈이다. 학명은 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로, 1935년 지리산 모데미에서 일본 식물학자 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郞)가 처음 발견한 것이라 한다. 서식지로는 소백산·덕유산·설악산 등이 알려져 있으며, 태백산·광덕산·태기산·청태산 등 강원도 쪽의 높고 깊은 산 속에도 자라고 있다. 친수성이 많은 식물이라 계곡이 있는 물가의 습윤한 반그늘을 좋아하지만, 소백산과 태백산의 경우 산정부의 능선의 반그늘에서도 자란다. 키는 20~40㎝ 정도이고,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모여 자란다. 잎은 5갈래로 깊게 갈라졌으며, 잎의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들이 나 있다. 속명 메갈엘란티스(Megaleranthis)에서 메가(mega)는 크다는 의미이며, 엘란티스(eranthis)는 너도바람꽃을 의미한다. 즉 너도바람꽃보다 큰 꽃이라는 뜻이다. 또한 종소명 사니큘리폴리아(saniculifolia)는 참반디(sanicula)의 잎과 비슷한 꽃(folia)이라는 의미이며, Ohwi는 이 식물을 발견하여 명명한 오이(大井)를 나타낸다.

꽃은 흰색으로 지름은 2㎝ 정도이며, 너도바람꽃과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다. 다만 잎이 보다 넓게 펼진 것이 조금 다르다. 뿌리에서 나온 긴 꽃대 끝에 꽃은 1송이씩 핀어난다.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과 그 속의 꽃잎은 각각 5장이다. 꽃잎은 엷은 노란색이고 꽃받침은 흰색이며 암술과 수술이 여럿 있다. 열매는 꽃자루 끝에 방사상으로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가 5㎜ 정도로 털이 없다. 깊은 계곡의 개울가 물기가 있는 곳이나 산정부의 능선 등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어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식물이다.

꽃이 피는 시기는 지역과 장소에 따라 다르나 대개 3월말경이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소백산이나 태백산 등 산 정상부에 서식하는 모디미풀은 능선의 반그늘 풀밭에서 5월 말까지 관찰된다. 이 경우도 움푹 파인 고지대의 습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친수성 습지식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모데미풀이 자생하는 생태환경의 특성을 보면 주로 북쪽 사면의 습윤한 낙엽수림의 아래에서 자란다. 주변의 토양은 부엽토가 풍부하고 적당한 보습성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대개 뿌리로 뻗어 모여나기를 한다. 보통 점봉산을 서식지의 북방한계로 보고 있으나 그보다 북쪽의 여러 곳에서 관찰되며 북한 쪽에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산지대를 좋아하는 고산성 식물이어서 높고 깊은 산을 오르지 않으면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번식 및 재배에 대해서도 아직 그 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며 재배환경의 까다로움 등에 비해 관상용으로서 보급할 경제성이 있는 편도 아니다. 다만 수목원, 식물원 등 전문기관 등에서 보존용 등으로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에서 한국특산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식물 중 하나이니만큼 적어도 자생지가 지금이상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야생화를 사랑하는 동호회나 사진가 단체 등 모데미풀을 아는 사람들에 의해 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애정행각이 되려 자연생태를 망치고 있다는 자각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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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유곡의 선녀 모데미풀

모데미풀은 아주 깊은 산을 오르지 않으면 보기 힘든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자라지만 많이 혹은 흔히 만날 수 없다. 심산유곡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 인기척이 드문 호젓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 녀석은 지리산, 소백산, 태백산과 같이 높고 춥고 외진 곳에서 가끔 볼 수 있다. 높고 깊고 외진 곳에 고고하게 그것도 계곡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면 자리하고 있는 선녀와 같다. 꽃잎처럼 보이는 우윳빛 잎자루와 잎을 가지런히 세우고 개울을 응시하고 있다. 무슨 상념에 잠긴 것일까 아니면 홀로 외로움을 즐기기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 누구의 접근도 원치 않을 것처럼 도도하고 순박하다. 그러면서 한없이 냇물의 흐름을 응시하고 있다.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모데미풀/ 문효치)

무척 외로웠던 날 문 시인은 모데미풀을 만난 모양이다. 하늘도 외로웠고 고고히 피어있는 모데미풀까지도 외롭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모데미풀을 만난 순간 자신의 외로움과 하늘의 외로움이 말끔히 가셔진 듯하다. 사랑에 상처받고 외로움에 못 이겨 홀로 산행을 하다가 문득 만난 모데미풀에게서 그는 위안을 얻고 위로를 받았던 모양이다.

풀 한송이에서 숲에서 자연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외로움과 쓸쓸함과 고독함과 좌절감을 치유 받곤 한다. 그래서인지 모데미의 꽃말은 ‘아쉬움’, ‘슬픈 추억’이다. 높은 산의 깊고 외진 곳에 외로이 피어있는 모습이어서 그런 꽃말이 붙은 것일까. 이른 봄 3월 20일경부터 관찰이 되며 높은 산지의 경우 5월까지 만날 수 있다. ‘외로움’과 ‘슬픈 추억’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심산유곡에 있는 선녀 모데미풀을 만나러 한번 떠나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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