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외로운 그들…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막장코미디
결혼해도 외로운 그들…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막장코미디
  • 윤주민
  • 승인 2018.04.1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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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불륜 ‘바람 바람 바람’
발칙하고 도발적인 상황·대사
무거운 주제지만 가볍게 다뤄
이병헌 감독 특유의 센스 여전
19禁인데 선정적 장면은 없어
불륜 미화 없는 전형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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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한 여인이 택시를 타고 앞에 차를 미행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남편이 젊은 여비서와 바람이 났다고 생각해서다. 모범택시를 운전하는 석근(이성민)은 안됐다며 중년여성을 위로하지만 알고보니 20여 년째 바람을 피워온 카사노바. 남편의 여비서와 옥신각신 하던 찰나 석근은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해 순식간에 이 여성을 꼬시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매제 봉수(신하균)에게 불륜의 현장을 들키게 되는데 집으로 돌아온 석근은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무마시켜버린다.

석근은 봉수에게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며 외도를 부추긴다. 그러나 봉수는 석근의 부인 덕담(장영남)에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거절한다. 그럴 성격도 안 되지만 그에겐 무서운 안방마님 미영(송지효)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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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만 입을 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았던 평화로운 날은 한순간 무너진다. 석근이 만나고 있던 뇌쇄적인 제니(이엘)가 등장하면서 봉수의 마음도 흔들린다. 그렇게 한 울타리에 가족으로 살던 두 남성의 위험한 외출이 시작된다.

석근과 담덕은 20년차 부부다. 오랜 세월 살을 대고 살았지만 아직까지 잠자리에서 키스를 하는 사이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들은 서로를 너무 모른다. 좋아하는 꽃과 색깔까지. 담덕은 석근이 디자인한 롤로코스터를 타자고 말한 적이 없어 서운하다. 석근은 자신의 롤로코스터를 타지 않으려는 담덕때문에 기분이 상한 상태다.

봉수와 미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영은 봉수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오로지 SNS에 빠져 지낸다. 아이를 갖고 싶다며 한 침대에 누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봉수도 미영과의 관계에 기계적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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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지만 그 어디에서도 선정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스물’에서 청춘들의 생기발랄함을 고스란히 보여준 이병헌 감독이 이번엔 어른들의 시선으로 B급 정서를 다룬 작품을 탄생시켰다.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한국판으로 옮겨낸 ‘바람 바람 바람’이다.

뭘 해도 외로운 중년들. 영화는 가볍지만 결코 무시해선 안될 내용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스물과 비슷한 감정선, 이병헌 감독의 센스는 이번에도 신선함으로 똘똘 뭉쳤다. 어른들의 코미디물에 맞는 발칙하고 도발적인 상황과 대사들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게 만드는 장치로 덧씌워진다. ‘바람을 피워선 안 되겠다’는 전형적인 메시지. 철부지 어른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코믹함도 빠트리지 않았다. 또 남성들만의 문제만을 제기하지 않는 미덕도 보인다.

웃기지만 슬프게도 이 네 명은 모두 다른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소통의 부재를 불륜이라는 극단적인 장르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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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제니다. 성근과의 만남을 이어가다가도 봉수의 매력에 이끌려 그에게 주파수를 던진다. 후반에서는 오히려 봉수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 나선다. 뭇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에 맞춰가는 수동적 여성이 아닌, 능동적인 캐릭터다.

불륜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전하는 바는 명확하다. 익숙함에 속아 새로운 설렘을 찾지 말 것. 이 영화의 교훈이자 우리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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