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상징’ 최루탄 최소량만 두고 없앤다
‘독재 상징’ 최루탄 최소량만 두고 없앤다
  • 김무진
  • 승인 2018.04.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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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폐기처분 지침에
대구, 400발만 남기기로
영화1987강동원
영화 ‘1987’에서 故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이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 영화 캡처 화면.


지난해 12월말 개봉한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도화선이 돼 전국적으로 불붙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영화는 1987년 1월 당시 서울대 학생이던 故 박종철 열사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해 사망한 사건, 같은 해 6월 당시 연세대 학생이던 故 이한열 열사가 연세대 정문에서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목숨을 잃는 장면 등 격동의 현대사를 그대로 녹여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배우 강동원이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데 이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가 무참히 짓밟히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눈물을 훔쳤다.

실제 이 사건을 계기로 최루탄 추방운동이 벌어졌고 국내 대표 최루탄 생산업체가 지난 1988년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경찰은 1998년 9월 만도기계(현 대유위니아) 파업에 사용한 걸 마지막으로 최루탄을 쓰지 않은 것은 물론 구입까지 중단하는 ‘무(無) 최루탄 원칙’ 선언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무최루탄 원칙 선언 이후에도 경찰은 전국적으로 쓰지도 않는 수십만 개의 최루탄을 폐기처분하지 않은 채 보유해왔고, 지난 2010년에서야 일부 소량 폐기했을 뿐이다.

이승만 정권부터 군사 독재정권 시절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최루탄이 대구지역에서 이달 중 최소량만 빼고 모두 폐기된다.

15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청이 최근 전국 각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에 보관 중인 최루탄을 조속히 폐기처분하라는 지침을 내림에 따라 이 같이 조치키로 했다.

지난해 12월말 이철성 경찰청장에 이어 올 1월초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국·과장 등 200여명의 경찰 간부가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시대에 맞는 인권 가치를 잘 지킬 수 있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올 4월 현재 대구에는 지방경찰청 및 10개 경찰서 기동대·방순대 등 부대에서 총 1만7천여발의 최루탄을 보유 중이다.

대구 경찰은 경찰기동대 운영규칙에 따라 각 부대별로 KP1 200발, KP3 100발, KP5 100발 등 최소 보유 기준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최루탄을 이달 말까지 전량 폐기할 계획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무최루탄 원칙 선언 이후 최루탄의 대량 폐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신규 구매 및 사용 필요성이 없었던 탓에 부대별로 보관 중이던 것들을 없애는 작업으로 향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며 “최소 보유량을 남긴 것은 운영규칙 준수 및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조처(措處)”라고 말했다.

김무진기자 j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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