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필류 대금산조 20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양성필류 대금산조 20일 대구콘서트하우스
  • 대구신문
  • 승인 2018.04.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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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출신 최초 자신만의 소리 담은 ‘流’ 공개

독자적 양성필류 대금산조

김동진류·강백천류 산조 기초 작곡

기존의 틀 벗은 자유로운 장단 특징

독자적 세계로 국악 부흥 기틀 마련

대구콘서트하우스 최초 국악인 무대

號 딴 창작 독주곡 도함풍류도 연주

공연날 한정판 6집 정규 앨범 발매

“번뇌 지우는 인간 중심 음악 하고파”
한복3
대금연주자 양성필


믹싱과 마스터링을 방금 끝낸 대금산조 음원이 공간을 한 순배 돌자 두 팔이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듣자마자 이내 의식이 무장해제 되면서 내적 고요로 이끌렸다. 필시 혼자였다면 긴 소파에 누워 오수에 잠겼을 터. 유려함과 담백함이 공존하는 양성필류 대금산조다.

양성필이 한껏 나른해진 인터뷰어를 위한 진한 커피를 건네며, “장독대에서 30년을 발효시켜 나온 숙성된 효소 같은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집중해서 듣기보다 공기 속을 휘저으며 스며드는 편안한 음악이에요. 감성을 뒤흔들기보다 잔잔한 파문으로 스며든다고 할까요?”

양성필의 ‘양성필류 대금산조’가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으로 20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이번 공연은 완성된 양성필류 대금산조를 처음 선보이는 무대다. 음반도 공연 날짜에 맞춰 발매된다.

도전마다 대구 또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그가 이번 무대도 평범함을 거부한다. 대구출신의 대금 연주자로 자신의 이름을 건 류파를 최초로 발표하고, 클래식전문콘서트홀을 표방해온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 서는 첫 국악 연주자로 이름을 올린다. 양성필이 다양한 류파의 출현 이유로 ‘창조적 다양성’을 들었다.

“국악이 언제까지 선조들의 유산만 답습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다양한 류파가 생산되고 청중들에게 제공돼야죠. 그 다양한 류파들 중에서 살아남으면 그것이 또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게 되고. 그렇게 국악이 계승, 발전해 가야죠.”

산조는 한국 기악독주곡의 백미다. 대금산조 가락은 강함과 부드러움, 극과 극을 오가는 도약과 하강 그리고 순차적인 진행 등 다채로운 다이나믹함을 통해 감성을 극대화한 표현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양성필류 대금산조는 경상도풍의 메나리조와 꿋꿋한 우조 그리고 호소력 짙은 계면조의 성음이 특징이다. 맺고 풀어가며 이어지는 끊임없는 가락과 장단의 합(合)이 펄떡이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하며 궁극에는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의 희열로 인도한다.

특히 경상도 음악색을 짙게 담아내고, 기존 산조의 틀을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장단의 배열과 조성의 다양함이 엿보인다.

“50분 가량 연주되는 양성필류 산조에는 깊은 숨을 토해내는 거칠고 투박한 소리에서부터 가슴을 저미는 애잔함 그리고 태풍이 몰아치는 듯 한 격렬함, 귓가를 스치는 산들바람 같은 부드러움이 공존하고 있어요.”

양성필류는 다양한 류파를 섭렵한 양성필의 남다른 이력에 그의 정체성 찾기가 더해져 탄생했다. 양성필류는 20여 년간 양성필이 주력으로 연주했던 김동진류 산조와 시나위 더늠 산조로 알려진 강백천류 산조를 기초로 작곡됐다. 사실 국내 국악계의 풍토상 독자적인 류파를 정립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악계 통념 상 스승이나 주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

양성필이 “그럼에도 가능했던 것은 다양한 류파의 산조를 학습하면서 하나의 류파나 계보에 종속되지 않는 성향 덕분에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계속 했어요. 제 정체성을 통해 양성필만의 음악색을 찾고 싶었죠. 자기음악 찾기를 소홀히 하면 국악 부흥은 요원하다는 의식이 있었죠.”

6집 음반은 대금연주와 장구반주 모두 그의 소리로 채워졌다. 오롯이 양성필의 숨결과 손길을 담는데 목적을 두었다. 2018년 현대인의 감성을 담아 추임새 없이 순수하게 두 악기만의 소리를 녹음했다. 이 앨범은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이번 공연에는 양성필류 대금산조와 그의 호를 딴 창작 정악독주곡 ‘도함풍류’도 함께 연주된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에 거는 기대는 크다. 4년 전 재개관 기념 독주회를 잡았다가 불의의 팔 부상으로 이번에야 성사됐기 때문. 그런 만큼 공간음향이 세계적 수준인 그랜드홀을 화선지로 삼아 난을 치는 듯한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연주를 하고 싶어했다.

특히 주체이면서 객체, 연주자면서 감상자를 지향해온 평소 철학을 만족하는 공연에 포커스를 맞춘다.

“오래 묵은 쌍골죽에서 울리는 저의 대금 소리에 동화되어 마치 선계(仙界)에 들 듯 마음의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평안을 이루는 음악이 된다면 좋겠지요? 그것이 곧 한국 전통음악이 지닌 자연주의 음악, 인간중심의 음악이니까요.”

그가 문화 분권을 언급했다. 그동안 수도권 중심, 지방 음악인에 대한 멸시와 홀대가 은연 중에 횡행했다는 것. 지금까지 대구 최초의 대금독주회 개최, 최초의 자신만의 류 발표, 최초의 독집 앨범 6집 발매, 한국 최초 6일간 6개 프로그램 독주회 등 선구자적인 길을 걸어 온 배경에는 지역 문화 분권에 대한 열망이 없지 않았다.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야죠. 우리 스스로 창의적인 시도를 선도해야 해요. 콘텐츠 선점은 스스로 중심이 되는 길이지요.”

이번 독주회가 대구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선정에 대한 첫 번째 창의적인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통음악의 바탕 위에서 시도된 창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가 이같은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이 향후 대구음악의 인프라를 확장하고 종국에는 진정한 창의도시의 입지를 굳히는 지금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50대가 넘어 굴곡진 삶의 타래를 풀어가는 방법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처럼 그동안 묵혀 두었던 음악의 실타래도 풀어나가고 싶었어요.” 전석1만원. 053-250-1400(ARS1번)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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