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 치다보면 …
손뼉 치다보면 …
  • 승인 2018.04.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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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검정색 그랜드 피아노 한 대와 그 옆으로 연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세 쌍의 의자와 마이크가 놓여있고, 정면의 큼직한 화면에는 콘서트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제목이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티네 콘서트(Matinee Concert, 낮에 펼쳐지는 공연) 현장의 풍경이다. 왁자지껄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흥을 돋울 수 있는 야외공연과는 달리 실내에서 열리는 비교적 차분한 공연이다.

관객의 대부분은 공연 시간에 걸맞은 주부 또는 은퇴생활을 즐기는 노년층이거나 휴가를 이용한 직장인과 단체로 감상을 하러 온 학생들로 메워졌다.

정해진 시간, 무대 조명이 밝아지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국내 음악계에서 감성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는 다소 생소한 이름 ‘푸디토리움(Pudditorium)’이라는, 진행자가 설명과 연주를 번갈아가면서 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보였다.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3)이라는 영화에 실제로 등장한 찻집과 클럽 등 맨해튼의 문화적 명소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면서, 중간 중간 영화의 배경음악을 들려주는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었다고 할까.

뉴욕의 맨해튼 그리고 센트럴 파크와 스트로베리 필드, 복잡하게 얽힌 지하철 노선과 오래된 카페와 공연장이 된 나이트클럽의 내부, 역사를 간직한 녹음시설 등 어쩌면 나에게는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는지도 모른다. 특히 뉴요커들이 지하철에서 대부분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는 모습은, 다름 아닌 지하철 내에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아 그럴 수밖에 없다는 농담어린 진실이 푸근함을 더해주었다.

편안한 미소로 이끌어가는 진행자의 경험담과 어우러진 영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 있다가도, 초청 연주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허리를 바짝 곧추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이상한 느낌이 감지되었다. 바로 옆에 앉은 여성이 전혀 손뼉을 치지 않는 것이었다. 무슨 고민이 있는 것일까? 공연히 신경이 쓰이며,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손뼉을 많이 치면, 건강에 좋다는데…. 경우에 따라 ‘손뼉 치기’를 치료요법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손바닥에는 수많은 모세혈관이 얽혀있어, 손뼉을 마주 치다보면 모세혈관을 자극하여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몸 전체에 열이 나면서 가라앉은 기분을 밝게 해준다. 거기다 혈액순환은 신진대사를 도우고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변비와 치질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평소 소화가 되지 않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손이 얼얼하도록 손뼉을 치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소리 나는 것이 불편하다면, 손바닥 구석구석을 비비거나 손가락을 마주 끼고 지압을 해주는 것도 괜찮다. 혹시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고통스러운 분이 계신다면, 손뼉 치기를 꾸준히 해보시기를 권한다. 하루 세 번, 매번 500회 이상 손뼉을 치다보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날 무렵 관객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무대를 떠난 출연자들에게 앙코르를 외칠 때 단 한 번 손뼉 치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까. 한 손을 무릎에 댄 채 다른 한 손으로 살짝살짝 소리 나지 않게 손뼉을 치는 것으로 보아, 매우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로이 시작되는 봄이다. 새 출발의 기쁨과 청춘 남녀의 결혼, 다양한 축제와 운동 경기 등 손뼉 칠 일이 많은 계절이다. 위로와 격려의 박수, 축하와 환영의 박수, 칭찬과 감동의 박수, 감사와 응원의 박수…. 많은 관객 앞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하거나 무대에서 발표를 하는 사람, 경기가 풀리지 않아 진땀 흘리는 선수에게 손뼉은 상상외의 큰 효과가 있음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손뼉은 소통의 지름길이며, 또 다른 언어다. 손뼉을 치다보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느새 하나가 된 듯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상대를 향한 포용과 용서와 인정과 감사와 배려의 마음 없이 손뼉을 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석이조(一石二鳥), 건강에도 좋고 긍정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바로 아끼지 말아야 할 손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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