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낭만에 대하여
[문화칼럼] 낭만에 대하여
  • 승인 2018.04.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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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시적이고 감수성 가득한 노래를 만들고 부르던 정상의 가수 최백호는 음악과 인생의 부침을 겪은 후 돌아와 B급 정서를 담은 노래를 발표했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그야말로 라는 말은 평소 인터뷰때 그가 자주 쓰는 표현인데 이 노래는 과거 작품과는 차별화된 그야말로 뽕필(?)을 물씬 풍긴다.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리를 들어 보렴’ 다방에서 위스키? 예전엔 그랬다. 70년대 말, 80년대 초까지 만해도 뭔가 겉멋을 부릴 땐 다방에서 도라지 위스키를 시키곤 했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그 시절 청춘들의 실연은 너무나 아픈데 달콤하다니. 그래 어쩌면 그 나이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어느 날 집에서 식사한 후 설거지 하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다보다 문득 첫사랑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할까 그 소녀도 저렇게 설거지를 하고 있을까? 그래서 단숨에 ‘낭만에 대하여’라는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이 노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결핵으로 군에서 일찍 제대한 후 요양 차 찾은 2년간의 산중 오두막 생활에서 기타치고 노래하며 가수로서의 싹을 틔웠다. 그는 세상의 전부였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린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데뷔하자말자 곧 정상에 올랐다. 승승장구 하던 그도 어느 순간 잊혀 진 사람이 되었다. 그 동안에도 꾸준히 좋은 노래를 발표 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우연히 만들게 된 노래가 그의 인생 노래가 된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작품성이 뛰어난 그의 많은 노래가 생각만큼 뜨지 못한 경우가 있었던 반면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이 노래가 의외로 대박을 터트리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낭만에 대하여’의 큰 성공으로 그는 음악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작년 데뷔 40주년을 맞은 최백호는 이를 기념한 음반과 공연의 제목을 ‘불혹’이라 정했다. ‘즐겁게 나이를 먹자’는 생각으로 나이 들어감을 담담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그는 음악이나 인생에 있어서 ‘불혹’을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 한다.

최근 몇 년 새 만들어진 그의 노래는 한층 고급스러워 졌다. ‘도라지 위스키와 마담이라니---’라고 생각하던 젊은이들이 요즘 그의 음악을 듣고 ‘아빠의 가수였던 최백호가 나의 가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중 몇 몇 곡은 또 다른 그의 인생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항기 가득한 모습이었던 젊은 시절의 최백호는 이제 맑은 미소가 참 잘 어울리는 초로의 남자가 되었다. 한 인간으로써, 가수로써 굴곡과 정점을 함께 가졌던 그는 이제 후배가수들을 걱정하고 한국대중음악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존경받는 음악인으로 우뚝 서 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음악발전소가 문체부와 서울 마포구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독립음악인 창작 공간 ‘뮤지스탕스’를 통하여 많은 젊은 음악인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한국음악발전소도 원로음악인과 신예음악인을 돕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한 선후배 지원에 힘쓰는 한편 젊은 가수들과의 공동작업도 활발히 하며 식지 않는 열정으로 그의 음악세계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또한 라디오 음악방송 디제이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레이션으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하고 있다.

1950년생, 68세의 최백호는 아직도 싱싱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작년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 전국투어로 풍부한 음악세계를 펼쳐 보였던 그는 올해 ‘청춘 콘서트-회귀’라는 타이틀로 전국 순회공연 중에 있다. 특히 다음 주 토요일(28일) 수성아트피아에서 지역의 월드뮤직 그룹 ‘비아 트리오’와 최백호가 함께하는 ‘김광석 클래식 콘서트’는 그의 새로운 음악세계를 엿볼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최백호는 말한다. ‘이제야 노래를 좀 알겠다. 젊을 때는 소리를 그냥 툭툭 내 뱉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노래에 마음을 담기 시작했다. 그래서 90살에 정말 멋진 노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음악인생은 나이를 먹어가는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세월의 두께를 이겨내고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앞으로 40년은 더 노래할 것 같은 젊은 가수 최백호가 2018년을 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최백호의 전성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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