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자리를 비운 저녁
노모가 생선찌개를 끓인다
동태 한 마리로 만찬을 칼질해 넣고
늦은 허기를 불러낸다
대가리, 몸통, 꼬리 세 조각이
가슴을 에는 사이
실한 가운데 토막이 그릇에 오른다
고백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고추장 풀린 양념에서는
화톳불 냄새가 난다
대가리 한쪽을 틀니로 빠는 어머니
살점을 발라주고도 모자라
마른 가슴 덜어 낸 한 세월
생선 가시처럼 부서져 떨어지고
나무토막 같은 나는
두드리면 통통거리는 뱃살이 되어있다
◇이종원 = 경기 평택, 단국대
시와 사람 신인상, 시마을 동인
2017 시집 ‘외상장부’
<해설> 가운데 토막은 생선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다. 어머니! 단어만 떠올려도 아릿해지는 그리움, 틀니로 대가리 한쪽을 빨면서 살점을 발라주는 어머니의 손. 과연 나는 어머님께 무엇을 드리며 살아왔나? 통통거리는 뱃살이 되어있다는 시인의 자책에서 나도 부끄러워진다. 이젠 받기만 할 때가 아니다. 드리기만 해도 부족한 여생이다. -김부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