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마라, 왜가리야
너희들이 새라는 것을
허공 같은 나뭇가지를
차지하며 사는 것이 힘들지라도
그래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그래도 함께 웃어야 한다는
잊지마라, 백로야
행여, 네가 왜가리를 적으로 생각하면
너희 둘 다 죽으리니
너희는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잘났다 못났다 미워만 할 것이 아니라
새는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하여라
아무리 잘나도 너희는 새일뿐인데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어차피 죽는 일인데
왜가리와 백로는 잊지 말아라
같은 먹이를 먹어야하는 공명조란다
*공명조: 머리가 둘에 몸이 붙은 새로 서로 시기하여
한쪽에게 독약을 먹여 같이 죽었다고 함
◇이계향 = 경북 영덕 출생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지부)
사)한올문학 대상, 천등문학상 특별공로상
최단 기간 최다 시작·시집 출판
<해설> 우리는 때때로 서로에게 전부일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다른 입장 일 수도 있어 늘 아름다울 수는 없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렇듯 어려운 것이다. 삶이 그렇듯이, 낯선 세상을 버릇처럼 오래 오래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 고요한 공간에 흐름을 찾고 숨구멍을 찾아내 숨을 쉬고, 그렇게그렇게 눈부신 시간이 오는 것을 맞이하는 것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