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만 묻어도 ‘흐릿’…파란색 영수증 주의보
땀만 묻어도 ‘흐릿’…파란색 영수증 주의보
  • 장성환
  • 승인 2018.04.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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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잉크 귀해져 대체 色 사용
휘발성 강해 글씨 쉽게 지워져
업무비용 청구 직장인들 ‘낭패’
최근 늘어나고 있는 파란색 영수증의 글씨가 검은색 영수증보다 쉽게 지워지며 업무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권민기(32·대구 달서구 죽전동)씨는 회사에 업무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영수증 정리를 하다 크게 놀랐다. 영수증 3장의 글씨가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지워져 있어서다. 모두 파란색 잉크로 인쇄된 영수증이었다. 권씨는 하는 수 없이 해당 영수증으로 업무비용을 청구했으나 회사로부터 비용보존을 해 주기 곤란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권씨는 “카드 결제 날짜를 확인해 보니 비가 내렸던 지난 6일의 영수증들이었다. 빗물 때문에 글씨가 지워진 것 같다”며 “같은 날 받은 검은색 영수증은 상태가 괜찮은데 파란색 영수증만 글씨가 지워졌다. 미리 알았으면 신경 썼을 텐데 아쉽다”고 푸념했다.

직장인 이수현(여·29·대구 동구 율하동)씨 역시 같은 경험이 있다. 마찬가지로 파란색 영수증의 글씨가 지워져 일부 출장비를 회사로부터 받지 못했다.

이씨는 “출장 중 매우 더웠던 날이 있었는데 그 날 손에 난 땀 때문에 글씨가 지워진 것 같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며 “파란색 영수증이 이렇게 글씨가 잘 지워지는지 몰랐다. 주변 동료들에게도 이런 부분에 대해 주의하라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파란색 영수증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환경규제 정책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 영수증용 검정 잉크의 80%를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잉크 생산 업체 기준을 까다롭게 바꾼 것이다. 이후 당국이 요구한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공장들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게 되면서 검정 잉크가 귀해졌다.

검정 잉크 품귀 현상에 대체 색으로 ‘파란색’이 떠올랐다. 파란색 잉크는 검은색에 비해 비교적 재고가 많고 중국 이외에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란색 잉크의 경우 검은색 잉크보다 휘발성이 강해 더 쉽게 지워지며 사람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영수증으로 공적인 비용을 처리해야 하는 직장인·공무원들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생기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환경규제가 계속된다면 파란색뿐만 아니라 다른 색 영수증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대로 규제가 느슨해진다면 검은색 영수증의 비율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현재 검은색 염료는 아예 구할 수도 없고 파란색 염료만 겨우 구해 공급하고 있다”며 “한동안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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