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대입정책,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오락가락 대입정책,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 승인 2018.04.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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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사회2부장)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과 5월이나 6월초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 국민들은 물론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은 물론 경제적 상황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모든 이목이 쏠리며 각종 이슈 등을 송두리째 삼키는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실험용 쥐가 된 것 같다’,‘20년전 이해찬 세대’보다 더 혼란스러운 ‘김상곤 세대’가 될수도있다는 자조섞인 우려속에 숨죽이며 8월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지난 23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개편안의 윤곽을 마련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 출범을 바라보는 중학교3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지난 11일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 시안을 발표한 후 중3학생과 학부모들의 멘붕은 이어지고 있다. 고입과 대입 제도가 동시에 바뀌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시가 일반고와 동시에 12월에 진행된다. 또 2022학년도 대입은 선발시기부터 평가방식까지 대대적인 개편을 기다리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달라진 과목으로 수능을 치르는 첫 해이기도 하다.

중3학생들은 대입 개편안 확정이 늦어지면서 당장 고등학교 입시부터 혼선을 겪고 있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이 절대평가로 되는지, 정시모집 비율이 확대되는 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학고 진학 희망자는 8월초 원서를 내야 한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일종의 자격시험으로 전락, 내신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사고, 외국어고 보다 높은 내신을 받을 수 있는 일반고 지원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일반고 중에서도 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수학생이 몰려있는 수성구보다는 비수성구가 내신을 받기 수월해 희망학군을 선택할때 주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정시모집이 확대되면 내신보다는 대입수능 비중이 높아져 자사고, 외국어고의 선호도가 높고, 일반고 중에서는 수성구 학군에 대한 쏠림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중3학교 현장에서는 깜깜이 고교진학, 깜깜이 대입수능의 실험대상이 됐다는 불만과 자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8월에도 과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에서 2022학년도 대입안을 제대로 발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불신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부는 당초 교육과정이 바뀌는 2021학년도부터 개편된 대입제도를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수능절대평가를 둘러싼 논란으로 2022년 대입으로 미루었다. 그리고 8개월간 대입제도 개선을 연구한 결과는 사실상 국민 여론에 맡기겠다며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에 대입안을 맡긴 것이다. 이들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100여가지에 달하는 대입안을 결정하기에는 시간도 촉박하고 상반된 이해관계를 합의해 낼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입제도는 1980년까지 대입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가 대입 제도의 근간을 이뤘다. 이후 1981년에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됐고 1982년에는 대입 예비고사가 대입 학력고사로 개편됐다.

이때부터 1993년까지 학생들은 내신성적과 학력고사 두 가지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1994년부터는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됐다. 2008년에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됐다. 2015년부터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꾸고, 수시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특기자 전형으로 개편했다. 정시는 수능 전형과 특기자 전형으로 구분했다. 현재 대입제도의 골격이 이때 갖춰진 것이다. 2015년 학생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며 만든 대입안이 불과 3년만에 또다시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중3인 아이가 밤에 인터넷을 유심히 보길래 주의를 주려고 했는데 현재 고교 재학생들이 유트브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이 낫다, 정시모집이 낫다는 의견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거예요. 부모가 신경 쓸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모습이 측은해 오히려 격려를 했다” 중3자녀를 둔 학부모가 마음 아파하며 걸려온 전화내용이다. 이해찬 세대는 과거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교육부 발표만 믿었다가 대입에서 좌절을 겪은 1983년생(2002학번)을 뜻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그나마 소신이라도 있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을 두고 소신없이 오락가락하며 책임떠넘기기를 하는 교육부장관과 관료들을 보는 학부모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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