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에 매달린 현수막이
미친 듯 울부짖는다
바람 세차게 부는 날
귀신 곡하는 소리를 낸다, 퍽퍽
벽을 때리며 돌덩이 던지는 소리를 낸다
어마어마하다 무섭고 괴상하다
머물지 않으려는 자를
억지로 품어 안은 자의 괴로움,
들어 주기엔 지나치게 사납다
죽어도 떠나야겠다는 자와
죽어도 못 보내겠다는 이의
팽팽한 절규
사랑에는 더 집착하는 이가 약자다
온몸이 얇은 가슴뿐인 현수막이
더 아플 것 같다
그래도 간다면 차라리
내 가슴 찢어놓고 가라
사생결단 울부짖는 현수막 소리
귀 얇은 내 잠은 밤새 안절부절이다
◇이해리 = 경북 칠곡 출생으로 2003년 평사리문학 시부분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대구경북작가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시집으로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가 있다.
<해설> 시인은 빌딩 벽에 매달린 현수막을 바라보며 아픈 사랑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가 천 조각 하나에서 시적 영감을 얻듯, 세상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시선의 차이도 큰 법이다. 결국 더 집착하는 자가 약자가 된다는 시인의 정의 앞에 꼬깃꼬깃 숨어둔 사랑 하나를 끄집어 음미해본다. -이재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