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기대하면서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기대하면서
  • 승인 2018.04.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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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27일 실로 11년 만에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분단의 현장인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다. 앞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우리가 북으로 방문하여 진행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북에서 우리 쪽으로 방문하여 진행되는 첫 번째 회담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로켓 발사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UN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 하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화해무드에 편성하여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곧이어 최초로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등 이전의 남북정상회담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될 만큼 국제적인 관심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남 · 북 · 미 · 중 정상회담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자 또한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생긴 여유를 경제발전에 몰두 할 수 있다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적 난관을 타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일련의 사건 진행이 너무나 순조롭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무언가 모를 불안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 이유는 과거 남북정상회담 이후 약간 화해무드가 조성되었다가 또다시 긴장상태로 접어든 경험에 의한 학습효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 간의 화해무드에 편성해 낙관적 편향에 빠지지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즉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리가 처한 현실에 입각하여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무조건 긍정적이면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어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생각은 우리를 방심하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처한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지금 북한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취하고 있는 태도들을 보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문제가 중요한 관심사인 이때, 핵문제에 있어서도 과거 같으면 정상회담을 통해 그 결과로서 핵시험과 대륙간 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 및 핵실험장 폐기를 표방했을 것인데, 이번에는 회담에 앞서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 1994년 북 · 미간 제네바협정에 의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한 것처럼 북측이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핵의 포기가 아닌 핵시험과 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만큼 우리에게 그들이 경제건설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에 상응하는 선물을 제공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 한다면 그리고 한반도에 진정한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그 사실을 진실로 믿을 수만 있다면 우리 측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하여 북한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과거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경험하였듯이 양 체제간의 경제적 격차는 통일 후 하나가 되는데 큰 장애가 되기 때문에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경제발전에 전력하여 양 체제 간에 경제적 수준이 비슷해지면 향후 통일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진실성을 무조건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신뢰는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일련의 북한의 태도는 남남갈등, 한미동맹의 와해를 노리는 고도의 전술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석좌인 빅터 차는 24일 풍계리 핵시설 폐쇄 등 최근 북한이 취한 조치가 과거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11년 만에 재개된 통일을 위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에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만사여의(萬事如意)하다고 만사무심(萬事無心)하면 만사와해(萬事瓦解)되어 만사휴의(萬事休矣)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즉 일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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