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귀한 그대, 내 마음의 보석이어라
너무나도 귀한 그대, 내 마음의 보석이어라
  • 윤주민
  • 승인 2018.04.26 0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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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야생화 편지> (15)한계령풀
깊은 산속 양지바른 풀밭 좋아해
꽃대 높이 20~40㎝ 정도로 성장
4~5월경 개화 해 10여일 꽃 피워
어린제비가 모이 기다리는 형상
강원도 등 주로 중부 이북에 분포
첫 발견지 한계령서는 찾기 힘들어
문명의 이기심 탓 생태환경 변화
재배 어려워 2급 희귀식물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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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풀을 찾아서

4월 7일경에 내린 눈으로 인해 강원도 쪽 봄꽃출사는 잠시 접어두고 있었다.

2주 정도면 봄눈이 녹고 백두대간에도 바쁘게 돋아나는 봄꽃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몇 해 전인가 5월이 지나 들렀을 때 이미 제철이 지난 다음이었다.

영서지방의 낮은 산지에서는 3월말부터 한계령풀이 돋아나고 있는 모습이 야생화 사이트 등에서 포착되곤 한다.

이 풀꽃은 이름처럼 높은 고산지대 낙엽수림 아래에서 봄눈이 녹기를 기다려 얼굴을 내민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2급 희귀식물로 지정된 것도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서식지도 강원도, 평창군, 동해시, 태백시, 정선군 등 중부 이북의 높은 산자락 등에 한정돼 있다. 4월로 들어서면서 더러 한계령의 개화소식이 들려온다.

올해는 4월 중순에서 25일경까지가 활짝 핀 한계령풀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예상을 했다. 작년에 들렀던 태백산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구문소를 지나 태백시로 접어들자 이곳에는 이제 벚꽃이 만개해 꽃비가 돼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또한 산허리엔 새하얀 배꽃과 복사꽃, 산 벚꽃이 한창이다.

진입로가 긴 당골보다 산행거리가 짧은 유일사 쪽으로 잡아 사길령을 오른다. 태백제비꽃과 금강제비꽃이 제법 모습을 보이고 있고, 홀아비바람꽃과 얼레지도 한창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조금 더 위로 오르자 거짓말처럼 한계령풀의 화원이 펼쳐진다. 꽃대가 그리 높지 않은 걸 보면 이제 막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 같다. 봄기운에 순응해 노랗게 치켜 올린 봄꽃의 꽃봉오리는 한없는 신선함이자 순수함이었다.

#한계령풀의 특징

한계령풀은 깊은 산속 양지바른 곳의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은 곳을 좋아한다. 꽃대는 높이 20~40㎝정도로 성장하며 봄눈이 녹으면서 꽃대에는 꽃과 잎이 동시에 땅속에서 고개를 내민다. 잎은 한 장이라고 하는데 꽃대가 올라오면서 세 개의 잎자루로 갈라지면서 잎자루마다 3개의 계란형 잎이 난다. 꽃은 꽃자루에 총상으로 모여나기를 하는데, 유채꽃이나 배추꽃이 핀 모습과 흡사하게 느껴진다. 꽃은 지름 1㎝정도의 노란색 꽃이 3~20개 정도 달린다.

한계령풀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한계령풀속(Leontice)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Leontice microrhyncha S.Moore로, 속명 레온티세(leontice)는 잎의 모양이 사자의 발자국을 닮은 것을 의미한다.

종소명 미크로린차(microrhyncha)에서 ‘micro’는 ‘작은’이라는 의미이고, ‘rhyncha’는 ‘부리’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꽃잎이 벌어진 모양이 마치 작은 새의 부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듯하다.

꽃을 들여다보노라면 어린 제비새끼들이 어미제비가 물어오는 모이를 달라는 듯 입을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5월경에 개화하여 불과 10일 정도면 꽃은 모습을 감춘다.

한계령풀은 이 식물을 처음 발견한 설악산 한계령에서 따온 이름으로 높은 고산지대의 양지바른 풀밭을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첫 발견지인 한계령에서는 한계령풀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강원도 쪽에서는 이 풀을 모단초(牡丹草), 북에서는 메감자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등 주로 중부 이북의 고산지대에 서식하고, 만주, 러시아, 몽골 등지에 걸쳐 분포한다.

열매는 7월경에 삭과로 열리는데 8월에 익은 열매를 냉장보관 한 다음 이듬해 이른 봄에 뿌리면 관상용으로 재배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생풀꽃이 그렇듯 고산지대의 일조량과 바람 및 수분의 정도를 맞추기란 쉽지 않으며 한계령풀의 경우 항간에서 재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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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종이라 더 애틋한 한계령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계령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문정희 시인의 시다. 아주 깊고 험한 고개라 눈쌓인 겨울에는 넘지 못하는 곳, 그런 깊은 산골을 연상하게 된다. 한계령풀도 이 험준한 한계령 능선 오색약수터 어디쯤서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국도를 따라 인적이 잦아진 탓일까 이제 더 이상 한계령에 한계령풀은 볼 수 없다.

산림의 개발과 사람의 손길 등 문명의 이기심 때문에 생태환경이 많이 훼손된 탓이기도 하다.

이른 봄 군락을 이루며 피는 한계령풀은 이제는 희귀종으로 그 자생지도 강원도 일부 지역으로 제한적이다.

희소성이 높기에 야생화 애호가들에겐 한번쯤 만나고 싶어 하는 꽃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설레임과 애틋함이란 이루 형용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땅속에서 쭉 뻗어 오르는 줄기에서 고개를 젖혀 올리듯 노란꽃과 잎이 말린 채로 올라온다. 세 장씩 달린 계란모양의 잎이 펼쳐지면 그 사이로 5~10㎝ 정도의 꽃대에 보석처럼 꽃이 입을 벌린다. 그래서 꽃말도 보석이다.

바람이 얼마나 꽃심을 후려쳤길래/ 이른 봄 높은 산에서/ 진노랑으로 눈부신 울음을 우느냐// 혼자서 건너온 겨울의 강이/ 그렇게도 멀고 깊었더냐/ 샛노랗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서/ 눈물 바다/ 통곡이네// 더는 바라볼 수가 없어/ 이제 네게로 가야겠구나// 산 아래서/ 그리워 그리워하며 맴돌던 외로운 내 영혼이/ 지금이라도 네 꽃술에 입맞추면/ 기쁘게 웃음 터뜨릴 수 있겠느냐// 혼자 누리는 행복보다는 함께하는 고통이/ 별빛 같은 웃음 솟는다는 걸 아직 모르겠느냐// (한계령풀/ 김승기)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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