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고 싶어요
아이를 갖고 싶어요
  • 승인 2018.04.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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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리스토리결혼정보 대표)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들의 유형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나이 많은 총각이나, 아이가 없는 이유로 이혼한 중년의 남성들이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국제결혼을 하는 남성들은 농촌총각이나 3D 직종에 근무하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경제력이나 환경이 좋은 만혼의 남성들이 국제결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유는 아이를 갖고 싶어서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남성들이 한국에서 출산이 가능한 젊은 여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혼여성들 중에는 맞선 장소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말하는 딩크족이라 해야 할까? 결혼은 하지만 출산은 안 한다는 사고를 가진 여성을 뜻한다. 그녀들은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늦은 출산도 부담스럽고, 늦게나마 아이를 낳는다 해도 사교육비를 비롯한 양육비용이 만만치 않아 출산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 여성들의 이런 독립적 사고로 인해 남성들의 결혼이 난관에 부딪쳤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데 만혼의 남성들이 내 아이를 갖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또래의 남성들이 아들 손을 잡고 목욕탕에 가는 모습, 예쁜 공주를 안고 가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명절에 조카들과 놀아주는 좋은 삼촌이지만, 가슴은 늘 허전하다.

지난달에 지인의 소개로 오십 대 초반의 한의사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했다. 키도 크고 잘 생긴 온화한 성품이었지만, 그의 모습엔 그늘이 있었다. 말이 없었다. 무뚝뚝한 그의 태도에 팔순이 넘은 노모는 안절부절하며 내게 차를 대접했다. 나는 그가 무안하지 않게 먼저 말을 걸었다. “원장님, 퇴근 후에는 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세요?”, “그냥 책을 읽거나, 지하철 타고 시내 공원에 가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가끔 어머니 모시고 영화관에 가기도 하고요.“

그의 말투에 짙은 외로움이 묻어났다. 결혼해서 부모님께 손주 안겨드리는 게 가장 큰 효도이고, 혼자보다는 둘이 함께 하면 우울증도 안 오고 외롭지 않을 거라며 진솔한 대화를 이어갔다. 내 얘기에 공감이 갔는지 그는 낮은 목소리로 지난 얘기를 풀었다. 그는 한번 결혼을 했었고 오래전에 아들을 부인이 양육하는 조건으로 이혼했다. 매달 양육비를 보내고 아빠로서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전처는 아이가 아빠와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 어쩌다가 그가 아이와 만나면, 아들은 아빠를 피했고 힘들어했다. 아기때 헤어졌으니 아빠에게 정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그 이후 아이를 만나지 않았다.

부모님의 성화로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추천받은 것이다. 그는 전문직에 엘리트 조건을 갖추었지만, 한국에서 늦은 나이에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여성을 만나는 것은 무리였다. 그는 베트남에서 서른세 살의 성격이 차분한 신부를 만났다. 그녀도 딸이 한 명 있었지만 사고로 잃고, 직업군인인 남편의 외도로 이혼경력이 있는 여성이었다. 그의 굳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신부의 손을 잡고 진맥을 하며 농담하는 여유도 보였다. 아기를 두 명까지는 낳을 수 있다고 해서 장인 장모가 좋아했다. 베트남에 올 때 처가 부모님에게 한약을 지어 선물하는 등 의사소통은 아직 안되지만 세심한 그의 행동을 지켜본 신부도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예전엔 형이 아들이 없으면 동생의 아들을 양자로 데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오히려 딸을 더 귀히 여기는 시대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혈육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속 썩이는 자식이 있을 때 위로하는 말일 것이다.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의 소중함을 나이 든 분들은 안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과 더불어 살아야 건강하다. 나홀로족들은 열심히 운동도 하고 자기 관리를 한다 해도, 가족과 소통하며 어울려 사는 사람들보다 노화가 빠르다고 한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의사의 어머니는 그런 삶의 지혜를 아는 현명한 분이다. 그래서 아들의 국제결혼을 적극 권유한 것이다. 아들이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울타리를 만들고 가정의 따뜻함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간절해 결혼이 무사히 성사되었지 않나 싶다.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키우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 앞의 삶을 잘 갈무리 할 때 개인과 사회가 함께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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