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꿈 이야기
  • 승인 2018.04.26 1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규(전 중리초등 교장)


봄인가보다. 잠이 들면 금방 꿈을 꾼다. 봄꿈은 모두 개꿈이라고 한다. 어릴 적 꿈 이야기를 하면 할머니를 비롯하여 어른들은 아이들이 꾸는 꿈은 무조건 “그건 개꿈이야!”라고 하였다. 아마 장자의 호접몽을 그렇게 말한 듯싶다.

장자가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밭 속을 훨훨 날아다녔다. 천상을 날아다니니 기분이 그저 그만이었다. 한창 꿈속에서 신이 났는데, 문득 꿈에서 깨어나니 장자 자신이었다. 장자는 괴이하게 생각하며 ‘내가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꿈을 꾼 것인지?’하고 혼돈되어 중얼거렸다.

장자는 현실과 꿈은 확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우리 곁에는 물화(物化)의 현상은 일어난다 하였다. 현실과 꿈의 구별이 잘 안 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리라.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나비의 꿈을 꾼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대통령되게 도와주면 훗날 꽃밭 속을 활개 치며 날아다닐 꿈을 꾼 사람들이 많았던 듯하다. ‘드루킹’이란 사람은 인터넷 조직을 만들어 댓글로 열심히 도와주었다고 한다. 대가성이 있는 도움이라 이타심의 발로로 보기엔 어렵다. 분명 봉사가 아니다. 호접몽은 심리학 용어인 백일몽과는 다르지만 헛된 망상의 꿈이라는 의미는 같다. 옛날 어른들 같았으면 무조건 개꿈이라 불렀을 듯싶다.

학부모역량개발 강의로 대구동호초등에 갔다. 현관에 들어서니 ‘꿈을 가지자/내가 바라고 원하는/꿈 하나씩 가지자//꿈이 있으면/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고/행복이 있다.//팔공산 초례봉 같이/내 마음에 우둑 솟은/꿈 하나씩 가지자.//금호강 들판을 적시는 생명줄 같은/꿈 하나씩 가지자.//…….(꿈을 가지자. 원상연)’라는 본교 교장의 동시였다. 가슴에 다가오는 느낌이 뭉클하였다. ‘꿈 하나씩 가지자.’는 것이다. 우뚝 솟은 초례봉 같이, 생명줄 같은 금호강 같은 꿈을 하나씩 가지자는 것은 동심을 일깨워 목표를 세우라는 이야기이다. 밝고 맑게 자라야 할 아이들에겐 얼마나 소중하고 미래지향적인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은 현관을 통해서 나다닌다. 매일 이 동시를 읽는 어린이들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자주 보고 읽게 됨은 일종의 ‘노출학습’이기 때문이다. 뱃속 태아에게 반복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 출생 후에도 아이는 동일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 이것이 노출학습의 어원이다.

가훈, 좌우명, 교훈, 사훈, 국시 등은 모두 노출학습 형태이다.

조선 왕조 숭유의 꿈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교육이 밑바탕이 되었다. 오상교육 내용으로 동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을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 북대문을 홍지문(弘智門)으로 하였다. 그리고 중앙에 보신각(普信閣)의 종루를 세웠다. 성안을 드나들던 백성들은, 동대문에선 ‘어짊’을, 서대문에선 ‘옳음’을, 남대문에선 ‘예의’를, 홍지문에서는 ‘지혜’를, 보신각에서는 ‘신의’를 매일 생활 속에서 느꼈다. 유학의 꿈은 이렇게 실천되었다.

연암 박지원은 사람은 기쁨이 지극해도 울 수 있고, 노여움이 지극해도 울 수 있고, 슬픔이 지극해도 울 수 있고, 즐거움이 지극해도 울 수 있고, 사랑이 지극해도 울 수 있고, 미움이 지극해도 울 수 있고, 욕망이 지극해도 울 수 있다고 하였다. 일곱 가지 감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내지만, 답답하게 맺힌 감정을 터뜨리기 위하여 소리 질러 통곡하는 까닭은 태어날 때의 ‘갓난아이에게 물어 보아야 할 일’이라고 하였다. 태어남은 꿈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청장관 이덕무도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일곱 가지 감정 가운데서 가장 통곡하는 것은 ‘슬픔’이라 하였다. 슬픔의 진솔함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이라 했다. 순진무구는 어린 아이 꿈이다. 역시 아름답다.

매월당 김시습도 ‘끝내는 이 몸 또한 꿈일지니/나는 방학 맞은 어린 아이들 모양/산 그리며 돌 쌓고 소나무 심는다네./십 년 세월 세상 바깥에 사노라면/영예도 치욕도 알 길이 없었네.’하였다. 어린 아이 꿈으로 살았다.

호접몽, 남가일몽, 한단지몽, 치인설몽은 인생의 덧없음과 부귀영화의 헛됨을 비유한 꿈 이야기들이다. 물화현상은 개꿈이라 치부해도 되리라.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고, 행복이 있는 아이들의 소중한 꿈 하나가 제발 못된 어른들처럼 삐끗하지 않도록 바르게 가르쳐야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