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연주자 정지은 독주회…5월 11일 대구음악창작소 창공홀
가야금 연주자 정지은 독주회…5월 11일 대구음악창작소 창공홀
  • 황인옥
  • 승인 2018.04.26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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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짙은 울림…철로 만든 12현
1970~80년대 유행 철가야금
부드러운 소리의 12현·25현
세 종류로 다양한 선율 전달
김죽파류 뒷풍류·창작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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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연주자 정지은.
열두 줄 현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추자 가야금이 파르르 떨렸다. 갸느리고, 청량했다. 격정적일 때는 속까지 후련해졌다. 그런데 맙소사. 몸을 당겨 연주자 코앞으로 다가가자 가야금에서 현이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만 둥둥 떠서 움직였다. 무슨 조화속일까? 지난 28일에 연습실에서 만난 정지은이 “철가야금이라서 그렇다”고 귀띔했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연주하면 12줄 현이 보이지 않아요. 가는 철로만 현을 엮어놓았기 때문이죠.”

중견 가야금 연주자 정지은의 다섯 번째 독주회가 5월 11일 저녁 8시 대구음악창작소 창공홀에서 열린다. 이날 김죽파류 민간풍류 중 ‘뒷풍류’를 철가야금으로, ‘김죽파류 산조’를 산조 가야금으로, 그리고 창작곡으로 김계옥 작곡의 ‘해지려’와 최지혜 작곡의 ‘달의 전설’을 25년 가야금으로 들려준다.

이번 연주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철가야금. 70~80년대 반짝 철가야금 연주 붐이 일었지만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번 공연에서 잊혔던 철가야금을 소환한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공연 프로그램에 정악풍의 풍류 음악과 산조, 창작곡 등 가야금이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게 되자 철, 12현, 25현 등 가야금의 종류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났다.

“철가야금과 12현, 25현 가야금은 현을 만드는 재료가 달라서 소리도 달라요. 가야금으로 분류되지만 조금씩 다른 악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한 번의 공연에서 가야금의 모든 소리를 들려드리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세 종류의 가야금으로 공연을 구성했어요.”

12현이나 25현은 명주실로 현을 만든다. 자연에서 온 재료에서 나는 소리인 만큼 소리의 울림이 깊고, 부드럽고 유려하다. 그러나 차가운 철로 만든 철가야금은 표피를 찢고 나오는, 보다 가벼우나 특유의 금속성의 울림이 길다.

12현 가야금이 곰삭은 김장김치라면 철가야금은 겉절이 격이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소리 제어가 쉽지 않다. 그녀도 “며칠을 씨름을 하고 조금은 익숙해졌다 싶다가도 자고 나면 또 다시 생경한 것이 철가야금”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나 매력도 적지 않다. “여음이 살아 있어요. 소리의 생명력이 길게 이어지죠. 그 소리를 살려내는 맛이 여간 재미진게 아니죠.”

공연을 보름 남짓 앞두고 긴장과 설레임이 교차한다고 했다. 조금만 건드려도 소리가 훅 들어가고 주법과 농현도 달라 쉬 길들여지지 않는 철가야금 앞에 덜컥 앉게 돼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분명 기분 좋은 설레임이라고 했다. “생소한 가야금 소리를 동료들과 후배,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보람된 일이고 또 시간이 갈수록 철가야금과 제가 동화되어 가는 과정도 흥미로움이죠.”

이날 들려줄 김죽파류 민간풍류 중 뒷풍류는 양반들의 풍류음악인 영산회상을 12현 산조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본풍류의 뒤편에 붙어있는 몇 곡을 지칭하는데 정악과 민속악의 중간적인 기법으로 연주하는 곡이다.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는 산조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으로 다양한 장단위에 연주자의 주법과 시김새를 돋보이게 하는 민속 기악곡의 백미이다.

또 최지혜 작곡의 창작곡 ‘달의 전설’은 영화 ‘미녀와 야수’를 모티브로 작곡됐다. 맛보기로 들려준 곡은 진심 흥미로웠다. “서양의 정서가 농축된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들이 한복을 입고 판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다면 적절한 비유가 될까요? 한국적인 정서와 서양적인 구성이 절묘한 너무 아름다운 곡이에요. 대구에서 초연 되는 연주곡이라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죠”

딸도 그녀의 뒤를 이어 경북예고에서 가야금을 전공하고 있다. 딸이 그녀의 발자욱을 뒤따르고 있는 만큼 책임감 백배다.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대구시립국악단 차석 단원으로 활동하며 개인 독주회가 5회째 여는 배경에 그 이유가 적지 않다.

오롯이 혼자서 프로그램을 짜고, 연습을 하고, 공연을 치러내는 독주회는 연주자 정지은을 성숙케하는 지렛대다. 그녀가 “독주회 한 번 하면 한 뼘 성장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 마력에 이끌려 해마다 독주회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녀가 꿈꾸는 연주자상은 연주자와 청중이 진심으로 교감하는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다.

“젊은시절 관현악공연을 보고 눈물이 났어요. 연주자의 메시지가 제게 충분히 전달됐던 거죠. 연주자에게 청중과의 교감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그 길을 향해 계속해서 달려가고 싶어요.” 전석2만원, 문의 010-4501-825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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