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의 어머니
병동의 어머니
  • 승인 2018.05.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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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어머니 햇살 이고 계신다
늙은 세월이 굳게 잠긴 언어로
눈동자, 통한의 눈물을 흘리신다
피가 풀어놓은 뇌혈관 터져 기억 넘어 언어들 무수히
묶어놓았던 그날 밤
어머니 누어 계신다, 일으켜 세우는 눈물 사이로
얼마를 쫓아가다가
내 기억으로 살아나는 말씀 모두 그쳐지고
더는 이승의 언어들을 가꾸지 못하는 어머니
환하게 피어나는 그 붉은 꽃빛깔 출렁거리는 언어들의 꽃밭에
우두커니 서 계시는 어머니
아무 말 없으시다



어머니 햇살 이고 계신다
잠의 늑골에 뿌리는 통점 사이로
빛깔 출렁거리는 소리들을 들을 수 없고
한세상 저물어가는 노인 병동
언어와 언어들이 밥줄처럼 흔들어 깨우며
눈동자 잃어 누워 계시는 어머니, 더는 말이 없으시다
먼 훗날 이승이 아닌 저승에서 다시 뵈올 그날까지
말씀 하나 쓰다듬으면서
스스로 녹은 그 여린 세월들을 생각하고 있을 어머니
녹슨 몸 혼자 젊은 날 닦아내며
시간의 칼날 우에서
기다려라 기다리라며
울고 계시는 어머니를 본다
아직도 식지 않은 눈물에 어린 눈으로
창 너머 햇살 속으로 어머니 가신다





◇제왕국 = 시민문학협회 자문직을 수행하고 있는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시집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등이 있다.



<해설> 불효자는 웁니다. 어버이가 떠나시고 나서 자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말이다. 어버이는 왜? 한없는 사랑만 베푸시다 떠나시는 걸까? 빚진 것도 없는 자식들한테 말이다. 작자는 언어 마저 잃어버리고만 어머니를 보고 절규하고 있다. 어쩌랴 통곡만 남아버린 이 슬픈 현실을, 이 또한 삶의 한 단면인 것을. -이재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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