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均衡)
균형(均衡)
  • 승인 2018.05.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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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같이 모여 노는 것만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또는 혼자서만 잘 노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잘 노는 사람이 아니다.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같이 모여서도 잘 놀고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다.

삶은 균형을 통해서 완성된다. 외줄 타기처럼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때도 균형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도 어떤 경우는 같이 가야하고, 어떤 경우는 따로 가야 한다. 같이, 따로, 그리고 또 같이 가야하는 우리 인생이다. 그것이 삶의 균형이다.

삶의 균형은 이와 같다. 마치 자전거 페달이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오르락내리락해야 앞으로 나아가듯, 시소가 내가 한번 올라가고, 네가 한번 올라가야 재미가 있듯. 바닷물이 밀려오고 썰려 나가며 생명을 키우듯, 뜨거운 햇볕에 증발한 물이 비가 되어 땅으로 내리듯, 밝은 낮이 있고 어두운 밤이 있듯,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듯, 앞 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그렇게 가는 것이 인생살이다.

운동경기도 너무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할 때는 재미가 없다.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서로 이기고 지고를 해야 재미가 있다. 그래서 축구 경기도 ‘펠레 스코어’ 3:2가 제일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다. 뭐든지 일방적 독주는 재미가 없다. 주고받고, ‘쿵’하면 ‘짝’하며 그렇게 살아야 재미있는 삶이 된다.

남녀의 비율도 적절히 균형이 맞으면 그 조직은 재미가 있고, 밤과 낮이, 여름과 겨울의 균형이 적당할 때 삶은 재미있다. 말을 아무리 잘 하는 사람도 남의 이야기를 듣지는 않고 계속 자기 이야기를 조잘거리기만 해서는 사람들에게서 사랑 받지 못한다. 진짜 말 잘하는 사람은 듣는 것도 잘한다. 즉 말하기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다.

일해야 할 때, 쉬어야 할 때 적당히 균형이 있어야 건강하다. 부드러움의 크기만큼 때론 강함도 갖춘 사람이 멋있기 마련이다. 참을 때 참을 줄 알고 화낼 때 화낼 줄 알고, 어른스러운 진지함이 있지만 때론 어린애 같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다.

혼자 지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지도 말고 같이 있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지지 말며 마치 헤엄치듯 가라앉지도 그렇다고 물밖에 떠 있지도 않으며 앞으로 나아가듯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 들이쉰 만큼의 공기를 밖으로 배출해야 하며, 먹은 만큼 밖으로 충분히 배출이 되어야 몸은 건강해진다. 또한 곳간에 채운만큼 그만큼 베풀 줄 알아야 진정 존경을 받는 부자가 되듯이 말이다. 잘 된다고 우쭐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안 된다고 주눅 들거나 비굴하지 않는 중용(中庸)의 미를 갖춘 사람이 멋있다.

강함은 부드러움을 기반으로 한다. 부드럽지 않고 강하기만 하면 결국은 부러지고 만다. 유연함, 그것은 진정 강함이다. 강철 같은 굳셈은 카스텔라 같은 부드러움으로 그 멋이 한층 더해지는 법이다.

누구보다 강했던 아버지가 흘린 눈물, 누구보다 부드러웠던 어머니가 보인 강단(剛斷), 이것이 진정 멋이다.

혼자서도 잘 놀아야 한다. 이따금 무리에서 빠져나와 자신과의 데이트를 즐겨야 한다. 진짜 나의 모습은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다. 타인의 에너지는 타인의 것이다. 내 것이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 혼자 있을 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진정 나의 에너지다. 당긴 만큼 밀어줘야 근육도 멋지게 발달한다. 보기 좋은 근육은 그 균형에서 빛을 낸다.

아픔과 기쁨이 적당할 때 그 삶이 탄력 있고 멋있다. 혼자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지자. 그리고 자신에게 한 번씩 물어보자. “지금 행복하니?”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악기의 현을 조율하듯 이따금 조율 한 번씩 하고 살자.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너무 늦지는 않는지,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살피며 살자. 삶은 균형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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