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능범과 점유이탈물횡령죄
불능범과 점유이탈물횡령죄
  • 승인 2018.04.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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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어떤 사람이 범죄를 계획하였으나 그 사람이 생각한대로 실행하여도 목적한 결과를 달성할 수 없는 경우를 불능범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설탕물을 진하게 만들어 먹이면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하고는 평소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 진한 설탕물을 먹게 만들어 살인을 시도하였다면 살인의 의사는 있었으나 그와 같은 방법으로 살인이 절대 불가능하므로 불능범에 해당하고 이 같은 행위는 그 수단이나 목적으로는 범죄의 실현이 도저히 불가능하므로 이것은 살인의 미수범에서 구별하여 당연히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이와 달리 살인죄의 고의로 상대방에게 설탕을 독약인 줄 잘못 알고 복용시킨 경우 역시 상대방은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행위자가 살인미수죄로 처벌되는 바 그 이유는 비록 설탕을 독약으로 착각했어도 법률적인 관점에서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앞서 언급한 불능범과 구별하여 불능미수라고 한다. 사체를 살아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발포한 경우 또는 빈방인데도 사람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살해 의사로 폭발물을 폭발시킨 경우에도 살인의 결과를 발생할 수는 없으나 위험성이 있으므로 역시 처벌된다.

과거에 쥐약은 치명적인 살상력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인명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약 20년 전부터는 쥐약의 살상력을 매우 낮추어 이제 국내에서 생산되는 쥐약은 사람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죽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쥐약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인의 목적으로 사람에게 쥐약을 먹였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지 의문인 바, 현재 ‘쥐약이나 설탕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므로 살인미수죄로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형법 360조에서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를 점유이탈물횡령죄라고 규정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삼성증권에서 직원들에게 주식 배당금을 1천원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실수로 1천주를 배당하였고, 위 주식을 배당받은 일부 직원들이 이를 매도하여 삼성증권 주식가격 급락으로 많은 선량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어 큰 문제가 되었다. 여기서 위 주식을 처분한 삼성증권 직원을 점유이탈물횡령죄 등을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횡령 및 배임죄가 문제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한다).

삼성증권 직원은 ‘나에게 주식 1천주가 잘못 들어왔구나, 회사에서 다시 가져가기 전에 빨리 팔아 치우자’는 생각으로 주식시장에 내다 팔아버렸다. 삼상증권이 실수로 직원 계좌로 주식을 넣었으므로 삼성증권은 주식의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보이므로 점유이탈물로 볼 수 있고, 이를 처분하는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될 여지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삼성증권이 직원들에게 배당한 주식은 실제로 삼성증권이 전혀 가지지 않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서류상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 만들어 직원들 계좌에 넣은 것처럼 보인 것에 불과하고, 직원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처분한 것이 된다. 결론적으로 전혀 없는 주식을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사고 팔고 한 것이 된다. 물론 이와 같은 일은 ‘실물로 된 종이 주식’이 직접 거래되는 것이 아니고 실물이 확인되지 않아도 전산상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하여튼 직원 입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처분한 것’이므로 처음부터 주식 판매는 불가능하였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불능범에 해당한다. 한편 직원의 이와 같은 행위가 법률적인 관점에서 점유이탈물횡령이라는 결과 발생의 위험이 있음은 명백하지만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다른 불능미수처럼 점유이탈물횡령미수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없는 주식을 잘못 배당하였고, 없는 주식을 팔았는데 실제로 거래가 가능하였으며,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이는데 마땅한 처벌규정은 없으니 정말로 희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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