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하게 겸손하게…예쁜 별님 닮았구나
고고하게 겸손하게…예쁜 별님 닮았구나
  • 윤주민
  • 승인 2018.05.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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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야생화 편지 (16) 금강제비꽃·아욱제비꽃
4~5월 수십 종 제비꽃 앞다퉈 피어나
금강산서 처음 발견돼 ‘금강제비꽃’
하얀 이미지로 꽃말은 ‘겸손·소박함’
자생지·개체 수 많으나 보호할 필요
아욱제비꽃, 울릉·이북 일부서 분포
4월말부터 500m 이상 고지대서 관찰
전체에 백색털…줄기 짧고 마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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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제비꽃(태백산)


#금강제비꽃을 만나던 날

4~5월은 모든 봄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난다. 그래도 우리에게 친숙한 제비꽃이 피어야 진짜 봄의 계절이 아닐까 싶다. 이 시기 수십 종류의 제비꽃이 봄꽃들의 틈바구니에서 바쁘게 피었다가 지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지에서는 산의 아랫부분에서 산정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1~2개월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피는 녀석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소백산과 태백산은 높고 험하면서도 봄꽃을 만나기에 좋은 산이다. 이제 한계령풀과 왜미나리아재비가 나왔을라나, 운이 좋으면 기생풀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태백산을 오른다. 홀아비바람꽃, 피나물, 갈퀴현호색, 선괭이밥 등과 같은 녀석들이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나는 낙엽수림 아래로 ‘천상의 화원’을 펼치고 있다. 천제단을 오르는 능선부의 길섶엔 제비꽃도 제법 고개를 내민다. 태백산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하는 태백제비꽃이다. 저지대에서는 이미 열매를 맺고 있어야 할 둥근털제비꽃도 해발고도 1000m의 고지대에서는 한창이다. 귀하다는 ‘숲속의 요정’ 한계령풀도 산중턱쯤서 빙그레 나를 반긴다.

그런데 그 사면의 언저리에 하얀 꽃송이 몇 개가 번쩍 눈에 들어온다. 봄꽃들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사면을 기어오른다. 기품이 고고한 제비꽃이다. 꽃대보다 잎이 높게 올라와서는 양측면이 돌돌 말린 채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꽃은 태백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과 같은 순백색이지만, 꽃의 크기가 약간 크게 느껴지는 금강제비꽃이다. 어디 금강산에나 가야지 만날 수 있을까 했던 것을 운이 좋게도 태백산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금강제비꽃은 그 이름처럼 강원도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명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강제비꽃의 특성

금강제비꽃은 제비꽃 중의 으뜸이라는 말을 한다. 그 기품이 남다르고 중부 이북의 높은 산지에서만 자라는 특성, 희귀성, 금강이라는 의미 등으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금강제비꽃은 쌍떡잎식물 제비꽃과 제비꽃속(Viola)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Viola diamantiaca Nakai이다. 일본인 식물학자가 금강산(金剛山)에서 처음 발견하여 명명한 것으로 종소명 다이아만티아카(diamantiaca)는 ‘금강(金剛)’을 의미한다. ‘금강산제비꽃’, ‘금강산근채’, ‘머우제비꽃’이라고도 부른다. 이 제비꽃은 고산성인 것이 특징이고 국내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주로 중부 이북의 산지에 분포하며 인천 옹진군, 경기도 가평, 군포, 충청남도 홍성, 그리고 강원도의 산지에 서식한다. 잎은 심장형으로 잎자루가 8~20㎝ 정도로 위로 높게 뻗어 오르고, 양쪽이 말려있는 잎은 길이와 폭이 6~10㎝ 정도이다. 잎자루와 잎의 표면에 털이 있으며 자주색 반점을 보이는 개체도 있다. 땅속줄기는 굵고 옆으로 길게 뻗으며 모든 잎은 뿌리에서 나온다. 줄기를 뻗어 번식하거나 종자로도 번식한다. 꽃말도 하얀 꽃의 이미지처럼 ‘겸손’, ‘소박함’이다.

#효능

한방에서는 금강제비꽃의 전초를 촌절칠(寸節七), 촌늑칠이라 하며 약용하며 항강증(項强症)과 항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늦여름에 채집하여 씻어서 그늘에 말려서 복용하기도 하고, 신선한 것을 찧어서 외용으로 바라기도 한다. 지혈(止血), 청열(淸熱), 해독, 외상출혈, 폐결핵, 독사에 물린 상처(毒蛇咬傷) 등을 치료한다. 강원도 이북의 산지에 치우쳐 자생하지만, 현재 자생지와 개체수는 풍부한 편이다. 다만 서식지의 환경악화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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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제비꽃(울릉도)


#우산제비꽃을 찾던 길에 만난 아욱제비꽃

제비꽃 중에서 오랫동안 무척이나 만나고 싶었던 것이 장백제비꽃과 우산제비꽃이다. 백두산을 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어서 일치감치 장백제비꽃은 접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자주 들르곤 하는 울릉도에서 섬제비꽃 등을 만나기는 했지만 우산제비꽃은 모습을 쉬이 보여주지 않았다. 4월말 경으로 울릉도 출장이 잡힌 터라 이번에는 꼭 우산제비꽃을 만나겠노라고 설레임 반 기다림 반으로 무척이나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일정에 성인봉을 오를 시간이 찾아왔다. 등산로 초입에 핀 섬제비꽃들은 어느덧 계절을 다해 시들어 가는 개체도 보인다. 필시 정상부 부근에서는 제비꽃이 만개해 있을 것이다. 4월말의 성인봉 산행로에는 선갈퀴, 장딸기꽃이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있었다. 더러 섬장대와 고추냉이 등 십자화과의 작은 풀꽃들도 얼굴을 빼곡 내밀고 있다. 숲속 저편으로는 섬노루귀와 연영초의 모습도 보인다. 500고지의 산중턱쯤부터일까 길섶 사면에 제법 많은 제비꽃들이 보인다. 섬제비꽃, 남산제비꽃, 잔털제비꽃과 유사한 흰색계열의 제비꽃이다. 그리고 우산제비꽃과 흡사한 짙은 자주색의 제비꽃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순간 우산제비꽃이구나 하고 조심조심 다가선다. 그런데 잎의 형상이 단풍제비꽃과 같은 형상이 아닌 동그란 것이었다. 우산제비꽃을 찾아 헤매다가 만난 아욱제비꽃이었다. 그리고 흰색의 것은 흰아욱제비꽃이다. 우리나라 내륙에서도 간혹 발견되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비교적 많이 볼 수 있는 제비꽃으로 국내에서는 울릉도와 이북의 일부지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욱제비꽃의 특성

아욱제비꽃은 쌍떡잎식물 제비꽃과(Violaceae) 제비꽃속(Viol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50여종을 넘는 제비꽃 중의 하나로 일본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국내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진 종이다. 학명은 Viola hondoensis W. Becker et. H. Boissieu으로, 비올라(viola)는 제비꽃속의 속명이다. 종소명 혼도엔시스(hondoensis) 일본 본토(本土=‘혼도’)인 혼슈(本州)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 분포지역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자생하며 개화기는 4월~5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이북의 평안북도와 함경남도의 산지에서 시식하는데 울릉도에서는 4월 20일경에서 5월 10일경에 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볼 수 있다.

전체에 백색의 털이 있고 근경이 짧으며 마디가 많다. 꽃이 진 다음 지상경은 옆으로 뻗어 포복(匍匐)하며 그 끝에서 새싹이 생겨난다. 잎은 뿌리에서 총생으로 나며 심장상의 원형으로 길이 6㎝, 너비 8㎝에 달하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나있다. 잎줄기는 길게 뻗어나는데 길이 25㎝ 정도이다. 꽃은 4~5월에 연한 자색 또는 백색으로 피고 잎 사이에서 길이 4~7㎝의 꽃대가 나와 1개씩 달리며 중앙부에 포가 있다. 꽃은 좌우대칭이고 꽃잎은 5장으로 측판에 다소 털이 있고 안쪽에 자주색 줄이 있다. 이 종은 콩제비꽃과 넓은잎제비꽃에 비해 전체에 털이 있는 편이며 지상경은 포복하여 뻗는다. 열매는 주로 폐쇄화로 결실하는데 약간 둥근 편이다. 꽃말은 ‘작은 사랑’, ‘온순’, ‘성실’ 등이다.



#철을 알고 피어나 철을 알고 지는 제비꽃

제비꽃은 철을 알고 피었다가 철이 지나면 지고 만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지만,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세상이 그 속에 들어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이별과 만남, 때를 알고 떠났다가 다시 때가 되면 나타날 줄을 안다. ‘일기일회(一期一會)’를 소중히 생각하지 못하면 만날 수 없고, 만남은 또한 헤어짐을 수반한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섭리를 알려주기도 한다. 많은 풀꽃들과의 만남도 소중한 인연이 닿아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그들로부터 터득하는 이치이기도 하다.

끝없이 너른/ 봄의 들판에서 나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지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나를 찾아낸다.// 나를 좋아하니까/ 나를 정말 보고 싶으니까// 연보랏빛 내 작은 몸이/ 눈에 번쩍 들어오는 거다.// 이렇게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어// 크고 잘난 다른/ 봄꽃들이 하나도 안 부러운// 나는 올 봄도 한철/ 기쁘게 살다 갈 것이다.// (제비꽃/ 정연복)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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