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것보다 못한 ‘스승의 날’
없는 것보다 못한 ‘스승의 날’
  • 정은빈
  • 승인 2018.05.03 16: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란법’ 이후 분위기 변화
교육청 지원 기념행사 열지만
“스스로 카네이션 무슨 의미…
기념일 없애는 게 마음 편해”
체험학습·체육대회로 대체도
‘김영란법’ 시행 후 5·15 스승의 날을 둘러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스승의 날을 맞은 지난해 기념행사가 교육청 지원비로 진행되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스승의 날이 갖는 의미는 퇴색하고 행사가 형식적으로 치러진다는 것이 이유다.

3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15일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대구지역 내 초·중·고등학교에서 각각 열린다. 올해 교육청은 ‘어울림 행사’ 경비 등 스승의 날 기념행사 지원 예산을 편성, 각 학교에 지원한다.

교육청의 스승의 날 행사 지원 예산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지난해 확대 편성된 예산 규모는 ‘어울림 행사’ 경비 6억2천여만 원, ‘행복밥상’ 지원비 7억3천여만 원 등 총 13억5천여만 원이다. 기념행사의 핵심인 카네이션 전달식은 어울림 행사에 포함된다. 학생들이 교사에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교육청 지원비로 구매하게 된 셈이다.

스승의 날 행사가 교육청 지원 아래 열리게 되자 ‘의미가 퇴색한 형식적 행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 학교는 카네이션 전달식 등 기존 행사를 없애고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하는 등 스승의 날 풍경은 변하는 추세다.

지난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스승의 날 폐지 요청’ 청원은 3일 참여인원 9천400명을 넘겼다. 해당 게시글에는 “교권침해는 나날이 느는데 정부는 교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 조성 방안을 포상, 기념식 등 행사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사 일선에서는 스승의 날 폐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최근 교권이 떨어진 분위기 속에 열리는 스승의 날 행사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학생과 학부모 등이 교사를 찾는 기존 문화의 잔재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이유다.

대구 북구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씨는 “지난해 교육청 지원으로 카네이션 전달식이 진행되자 ‘우리 돈으로 우리 가슴에 꽃을 단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형식적으로 카네이션을 받는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김영란법 시행 후 졸업생이나 학부모가 예의상 사오는 커피나 간식도 다 문제의 소재가 될 수 있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는 게 마음 편할 것”이라고 했다.

김봉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대변인은 “과거와 달리 교권이 추락하고 사제 간 관계가 달라지면서 스승의 날이 전처럼 의미 있는 날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전달 등 행사를 피하고 현장체험학습, 체육대회 등 학생 중심의 일정을 잡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올해 스승의 날 행사는 모든 학교에서 열릴 예정으로 세부 내용은 각급 학교가 정한다”며 “김영란법 시행 후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고려, 스승의 날에 관해 논란이 일지 않도록 카네이션 구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스승의 날 폐지 등에 관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