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침묵과 침묵하는 사회
아담의 침묵과 침묵하는 사회
  • 승인 2018.05.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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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원죄의 주범은 누구인가? 남성 지배적 사회에서 가부장적 안경을 끼고 살아온 사람들은 원죄의 책임이 여자에게 있다고 읽는다. 그들은 구약성경 창세기 3장에 기록된 인간의 범죄 현장 기사를 당연히 그렇게 해석한다.

그러나 창세기 3장의 기록은 죄가 태동된 근본 원인이 여자에게 있음이 아니라 오히려 아담의 침묵에 있음을 고발한다. 원죄의 책임이 여자에게 있으려면 여자가 그 현장에 혼자 있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현장에 여자가 남자와 함께 있었던 증거는 차고 넘친다.

사탄의 도구가 된 뱀은 하나님의 금령을 직접 듣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들은 여자에게 접근하여 유혹한다. 오히려 하나님의 금령을 직접 들은 아담은 그 자리에서 침묵으로 방관한다. 드디어 여자는 탐스러운 열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 열매를 따먹고,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먹게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류의 죄악사는 가인과 라멕을 거치면서 마치 덤불을 태우는 불길처럼 번져나가 하나님의 심판을 자초했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인가? 창세기는 침묵하는 아담을 고발함으로써 침묵하는 자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 아담은 하나님의 금령을 직접 들은 자로서의 책임을 침묵으로 회피한다. 또 그는 침묵으로 여자의 탐욕에 동조하며 사탄의 시험을 방조한다. 웅변은 은이 아니요 침묵은 결코 금이 아니다.

땅콩회항에 이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이 또 불거져 나오고 있다. 침묵 대신 웅변을 택한 내부인들의 고발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그들의 행태는 탄식할 만큼 충격적이다. 박창진 전 사무장이 조현아씨의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때 그 주위의 동료들은 처음에 허위 진술이라는 침묵을 택했다. 그러나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침묵을 깨고 진실을 말하는 분들이 생겨났다. 이번에 대한항공 갑질 사건의 진전은 그런 분들 덕분이다. 의분이 없는 사회는 침묵한다. 침묵하는 사회는 죄를 잉태하고 죄는 번성하여 괴물을 낳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괴물들의 출현을 방치할 것인가?

우리들 목사들은 때때로 자주 침묵한다. 우리는 교인들의 입맛에 맞는 설교로 진리에 침묵한다. 교인들에게서 죄로 인한 썩는 냄새가 진동해도 미소로 침묵한다.

이러한 온유로 가장된 목사들의 침묵은 교회의 괴물을 낳는다. 우리는 때로 권력자 주위를 서성이며 그를 위해 축복하며 기도로 침묵한다. 짖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난 애완견은 권력자 앞에 꼬리를 흔드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침묵하지 않았다. 광야의 소리로서 백성들이 죄를 회개하도록 촉구하고 권력자의 비리에 대해 항거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촘촘히 짜여진 관습적인 악의 구조를 뒤엎고 새 판을 짤 수 있는 선각자는 누구인가? 침묵하는 성직자는 그런 의미에서 선각자의 역할에서 벗어난 권력의 애완견일 뿐이다.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는 최근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검찰의 수사는 의지와 능력과 공정성이 없는 부실수사이며 심지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며 침묵하지 않는 그의 용기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 사회는 침묵하지 않고 외치는 또 다른 박창진과 서지현을 기다린다. 진실을 향한 그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며 큰 동력임에 틀림없다.

아담의 침묵. 그의 침묵은 죄에 대한 방관과 동조를 의미한다. 그 책임은 무겁고 그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창세기, 아담의 침묵은 우리 시대의 평안을 깨뜨리는 죄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거나 동조하지 않도록 우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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