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해”…퇴준생이 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퇴준생이 늘고 있다
  • 장성환
  • 승인 2018.05.08 18: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난 속 워라밸 찾는 2030
낮은 임금·강도 높은 업무
경직된 조직문화 스트레스
이직 위해 자격증 도전
학원서 공무원 시험 준비도
지난 3월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11.6%에 달하는 등 최악의 청년 실업난 속에 역설적으로 직장에서 조기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퇴준생) 또한 늘어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도 많은 청년층 직장인들이 보수적인 조직문화·저녁 있는 삶·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 등을 이유로 퇴사를 준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 모(27)씨는 오는 7월까지만 회사를 다니고 그만두기로 했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회사의 조직문화와 높은 업무 강도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기 때문이다. 그는 더 늦기 전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학원을 등록하는 등 이미 퇴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씨는 “우리 회사에서는 상급자의 말이 곧 법이라 아무리 부당하거나 비효율적인 지시를 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팀장의 변덕으로 같은 일을 2~3번씩 하게 돼 매일 같이 야근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렇게 계속 살 바에는 몇 년 고생해서 공무원이 되는 게 저녁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등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2년차인 최 모(30)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해 최근 치러진 토익시험에서 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 달부터는 퇴근 후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관련 자격증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취업준비생일 때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지원서를 넣다 보니 이곳에 입사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복지나 근무여건 등이 좋지 않아 꾸준히 이직을 준비해 왔다”며 “스펙이 갖춰지는 대로 더 좋은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해 합격하면 바로 퇴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0·30대 청년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함께 일하는 선배세대나 기성세대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기성세대는 현실과 경제적 요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 직장 상사로부터의 강압적 지시나 폭언·높은 업무 강도 등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근무여건·복지·직장문화·워라밸(work-life balance) 등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양해졌다.

이렇게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떠날 생각을 하는 청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 분위기도 이른바 ‘퇴준생’이 늘어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청년 실업난으로 대부분의 청년들이 직장·업무에 대한 사전 정보나 고민 없이 오직 ‘취업’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조급함에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무작정 입사를 하다 보니 직장에 들어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노동 시장의 구조적 상황과 청년세대의 가치관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다만 청년들이 무작정 퇴사하기보다는 스스로 직장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