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한 되 못 팔면 집에 못 간다며
어둠살이 내리는 안동 장날 신시장 골목에서
강물보다 깊은 눈빛으로 소매를 끌던 할매
사만 원으로 시름이야 다 갚겠냐만
집에 들인 순간부터 내 고민이 그만 한 자나 깊어졌다
저 빤한 목숨들을 이제 어쩌나
눈 환히 뜨고 밤새 꼼지락거리는 천진난만한 발가락들
향을 사르고
솥에 불을 댕겼다
끓어오르는 물소리와
달그락거리던 등껍질의 소리와
먼 개울가 물소리가 한데 겹쳐와 방망이처럼 두근거렸다
목숨을 나누며 가는 길이 어디 이 뿐이더냐
한 그릇 수북하게 퍼서 몸 아픈 사장 어른께 보내고
첫 아이 키우느라 살 빠진 이웃 새댁한테도 주고
요즘 잔 몸살이 떠나지 않는 나도
한 그릇 너끈히 비우고 자리에 든 밤
골부리 떨이 한 됫박이 다독거리는 몸 위로
초가을 별들이 꼼지락거리며 얼른 깊어졌구나
◇강수완=경북 안동 출생
1998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꽃, 모여서 산다’
<해설> 노점상 할머니의 애틋한 눈빛에 그만 덜컹 산 우렁이(고둥)들이 밤새 꼼지락거리는 애처로운 모습에 한 자 깊이로 고민하는 화자의 생명사상이 경이롭다. 그러함에도 고둥들의 살신성인으로 많은 생명들에게 작은 희망을 소복하게 담아 들렸으니 여한은 없으리라.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