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구호
  • 승인 2018.05.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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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필리핀 정부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민족해방전선 수니파 무장 반군들에게 우리나라 구호기관이나 선교단체가 보내주는 옷은 큰 인기다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한 게릴라 지도자는 ‘개봉동 조기축구회’라고 쓰인 운동복 차림이다 그 옆에 심각한 표정으로 M16 유탄발사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안전제일’이라는 한글 구호가 큼직하게 박힌 모자를 쓰고 있고, 또 다른 무장 반군은 ‘서울 검찰청 녹색 어머니회’라고 인쇄된 여성용 의류를 입고 있다 그들 뒤로 맨몸의 검은 그림자가 길게 함께 서 있다 아무런 글씨도 없는 맨 소매의 청년이 갑자기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걸어 나왔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멀리서 다시 총성이 들렸다


 ◇고영민= 충남 서산 출생
 2002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악어’, ‘사슴공원에서’


<해설> 아이러니다. 도움도 필요에 따라서 이와 같이 모순이 있다. 이건 누구를 위한 도움일까? 저 검은 그림자는 필경 도움을 준 우리들을 향해 총질한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도움의 평등조차 하찮은 가치일 뿐일까? 서로 다른 입장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의미심장한 교훈을 담고 있어 읽을 만한 시(詩)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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