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평상-골목안 풍경
살평상-골목안 풍경
  • 승인 2018.05.1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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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남

회색 시멘트 담 옆

가로등 보듬고 늦음 귀가길 밝혀주던 키 큰 은행나무

봄은 어디서 늑장 부리다 가버린 건지

가시 같은 가지들만 텅 빈 하늘 이고 있다

대중탕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물 때문인지

납덩이 들락거리는 함석집 때문인지

잠시 술렁대다 잠잠하다

아이들 놀이터였던 변두리 골목

차들 일렬횡대로 줄지어 있다

사람들 일터로 떠나면

돌덩이, 폐타이어들로 골목은 무거워

‘월세로 살아도 차는 있어야지’

어둠은 착한 것들을 슬쩍 묻어주는 기술이 있어

날마다 나무둥치 아래 모여드는 우리들의 허물

재활용에도 낄 수 없는 다리 없는 밥상

쉿, 쪽 철문 배시시 열고 뽀글 머리 인형

생각 없는 바람에 걸려 넘어진다

◇구옥남 = 대구 출생

2003년 <불교문예> 등단

<해설> 그곳엔 우리들 유년의 회색빛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골목은 늘 혼자가 아니었다. 왁자지껄 대는 착한 어둠이 있었고, 너른 살평상이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골목은 온갖 잡동사니들이 언제나 정다운 얼굴로 우리들을 맞아주는 추억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특히 고운 아픔이며, 그늘 같은 그리움이며, 눈물 같은 순수가 콧등을 시큰거리게 한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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