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돌아가시고,
여드레 만에 누님이 내게
말갛고 흰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어머니가 하도 보고파서 썼다고
좁쌀 같은 글 행간마다 눈물자국만 찍혀 있었다
누님은 올해로 만 63살이다
그런데 아직도 눈물이 삶의 법칙이다
10년 하고도 2년,
꼼짝 못하고 누워계신 어머니를
하느님보다 더 깊이 봉양했다
강변 원룸을 오가며
눈발이나 찬바람은 그냥
소풍처럼 맞으며 살으셨다
63살 아이, 나의 누이는
오늘도 내 앞에서 콧물까지 훔치며
잉걸불처럼 붉게 잉잉거렸다
◇권화빈 = 경북 안동 출생
2001년<작가정신>으로 작품 활동
<해설> 자식이면 누구나 애틋한 마음이 있다.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는 자식 향한 마음 일편단심이다. 나이마저 불문한다. 그러나 자식들은 내면적 효심이 단편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함에도 우리의 화자인 누이는 떠난 엄마를 잊지 못하는 그 마음이 가상하다. 그게 우리들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