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무고죄
  • 승인 2018.05.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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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 변호사)


타인이 범죄행위를 하였다고 수사기관 등에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무고죄라고 한다. 무고죄의 행위 대상인 ‘신고’는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처벌권이 있는 기관에 고지함으로써 처벌이나 처분을 촉구하는 행위이다. 신고자 스스로가 100% 허위라는 확신이 없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지만 실제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이와 같이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고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서 판단한다.

사례를 보자. 어떤 여성이 채팅을 통하여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모텔까지 같이 가서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으나 성관계 직전에 어느 정도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남자가 완강하게 성관계를 원하였으며, 이에 여성이 적극적이고 힘으로 남자의 성관계 시도를 거절하지 않아 성관계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여성이 생각하기에 ‘내가 원하지 않은 성관계였으니 성폭행이다’라고 생각하여 수사기관에 신고하였다. 조사 과정에서 여성 본인이 거절하는 과정을 많이 부풀려 진술하였다.

실제로는 이들이 채팅으로 처음 만났고, 두 사람은 3군데 술집을 옮겨 다니면서 술을 마신 후 모텔에 투숙하여 다시 1시간 정도 술을 마시다가 같이 잠들었는데 남자가 자다가 일어나 성관계를 시도하였고, 이에 여성이 ‘처음 만난 남자와는 성관계를 안한다, 만지지 마라’라고 거부의사를 표시하였으나 계속된 남자의 성행위 시도에 결국 성관계가 이루어졌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다음날 경찰에 성폭행으로 신고하였고, 경찰 조사시 ‘성관계를 거절하자 남자가 몸을 누르고 옷을 벗기려고 해서 소리를 지르고 울면서 하지 말라고 저항하였다’고 말하였다. 남자는 여자를 무고죄로 고소하면서 맞서게 되었다.

무고죄 사건 1심에서는 ‘여자가 정황을 고의적으로 부풀려 진술하였고, 모텔에서 나오면서 머리를 정리하고 신발을 깨끗하게 정리하게 나왔으며, 성폭행 신고 후에도 똑 같은 채팅 사이트에서 종전과 동일하게 다시 타인과 채팅을 하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성폭행 당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매우 이레적인 경우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여자에게 무고죄를 인정하였다.

2심에서는 ‘고소사실이 객관적인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것이라도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다’라고 하면서 ‘일부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도 터무니 없는 허위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과장한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여성이 극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전후 사정을 종합하면 당초 여성이 성관계를 가질 의사는 없었으나 다소의 강압이 수반된 것은 사실인 점, 성관계를 남성이 먼저 요구한 점, 성관계에도 여성이 소극적인 점, 여성이 명시적인 거절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고소를 한 여성의 심리 상태는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남자가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다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이러한 상태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진술이 단순한 정황의 과장을 넘어 허위성을 인식하면서 고의적으로 진술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에서도 같은 이유로 무죄로 확정되었다.

1,2심 결론이 100% 다른 이유는 무고죄는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고 ‘허위 사실을 알면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을 처벌하는 것인데 ‘허위임을 알았다’는 것은 내심의 의사이고, 내심의 의사를 100%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고 또 허위 신고와 정황의 과장에 정확한 경계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례에서는 여성이 명백히 성관계 전에 거절의사를 표시한 것이 맞으므로 무죄가 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법에 의하면 ‘저항할 수 없는 폭행 및 이에 준하는 협박에 의한 성관계’만을 강간죄로 처벌하고 ‘그보다 낮은 단계의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원하지 않은 성관계’는 처벌대상이 아니다(낮은 단계의 폭행, 협박도 성폭행으로 처벌하는 외국법 사례도 있다). 여성들이 생각하는 성폭행과 법이 인정하는 성폭행의 기준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성폭행 신고 사건이 무죄가 되어도 신고 한 여성이 무고죄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 미투운동의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미투 관련 무고죄 논란이라는 돌풍이 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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