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이라는 균에 감염되지 말자
평균이라는 균에 감염되지 말자
  • 승인 2018.05.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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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아이 엄마들과 상담을 하다가 ‘엄마들이 듣고 싶은 말은 항상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엄마들은 때로는 울면서, 때로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아이의 문제를 이야기하다가도 내가 “어머니, 그건 지금 나이의 아이들에게서 다 나타나는 평균적인 행동이에요”라는 말을 들으면 갑자기 편안한 얼굴이 된다. “정말이요?”라는 질문에 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정말이고 말고요”라고 대답하면 “아,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저는 우리아이가 이상한 것 같아서 걱정했거든요”라는 말을 남기고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엄마들의 뒷모습에서는 “당신의 아이는 평균이다. 그러므로 정상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진다. 엄마들은 원한다. 우리아이가 평균이라는 선 밖으로 나가지 않기를.

엄마들이 ‘내 아이는 평균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두 달이 지나면서부터일 것이다.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러 간 병원에서 엄마는 ‘소아발육표준치’라는 종이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각 개월마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의 평균을 적어 놓은 이 종이를 바라보며 ‘지금 아이의 키와 몸무게가 평균에 미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가늠하기 시작하면서 엄마들은 ‘평균’이라는 균에 감염되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내 아이가 평균보다 빨리 기저귀를 떼는가?’, ‘평균적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걷는가?’로 아이의 수준을 평가하며 기뻐하거나 걱정하는 일을 반복한다.

아이를 ‘평균’의 잣대로 보는 것은 학교에 들어가면 더욱 심해진다. ‘우리아이의 성적이 평균보다 얼마나 높은가? 평균에서 얼마나 뒤처지는가?’는 엄마들이 아이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엄마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어쨌든 평균은 해야 할 것 아니야!”

평균점수에 도달하는 아이들은 엄마로부터 이렇게 야단을 맞는다.

“도대체 학원에 들인 돈이 얼만데 평균밖에 못하는 거야?”

엄마들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평균’이라는 개념과 함께 자란다. 아이는 자라면서 항상 ‘내가 평균에서 모자라는지, 앞서가는지’를 가늠한다. 그리고 평생 ‘평균’이라는 올가미에 갇혀 살던 아이들은 평균에서 벗어나는 일을 해야 할 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한다. 자신에게 평균 밖의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살면서 ‘나는 평균보다 공부를 못하니 열등하구나’라고 느끼고, ‘나는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연봉을 받으니 루저구나’라고 생각하다가 급기야 ‘나는 평균적인 사람과 결혼하는가?’ “나는 평균적인 평수에서 사는가?’를 따지며 자기인생의 우열을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인류는 평균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발전시켰다.

‘질리안 린’이라는 세계적인 안무가가 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을 안무한 사람이다. 질리안 린은 어린 시절 전교에서 꼴등을 할 정도로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심지어 교사가 질리안의 어머니에게 “질리안은 학습장애가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질리안의 어머니는 전혀 평균적이지 않은 이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도 질리안은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안절부절 했다. 의사는 질리안에게 “엄마와 상담을 잠깐 하고 돌아올 테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기다리렴”이라는 말을 한 뒤 음악을 틀어놓고 방을 나갔다. 혼자 남겨진 질리안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고, 관찰하는 방에서 아이를 살펴본 의사는 엄마에게 “질리안을 댄스 학교에 보내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 후 질리안은 로열발레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엔드류 로이드 웨버라는 걸출한 작곡가를 만나 세계적인 안무가로 우뚝 서게 되었다. 백만장자가 되었음을 물론이다.

‘질리안 린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본다. 아마 평균적인 여자아이들처럼 얌전히 수업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DHD 판정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아이에 대해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이는 변한다’라는 사실뿐이다. 지금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의 내 아이가 대한민국을 살리는 인물이 될지, 지금 평균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저 아이가 세상을 바꾸는 위인이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제발 평균이라는 균을 아이에게 옮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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