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다 못해 시리다
십여년 만의 면봉산 등산 길
이 외롭고 쓸쓸한 산속에
하얀 소복을 입은 한 여인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조용히
객을 맞이한다.
저 아랫동네는 잘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
네. 103세 되신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 가셨고….
순백의 여인의 말없는 물음에 혼자 중얼거려 본다.
지금 세상은 겉으론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으나
앞으로는 뭔가 어지러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남들은 당신을 보고 천상의 여인이라고 합니다.
나는 순백의 여인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 산하와 이 동네, 이 나라를….
십년이 지난 후에도 당신은 이 자리를 지키겠지요?
십년 전에도 이렇게 있었듯이….
※함박꽃, 천상의 여인 꽃, 천상화, 산목련, 개목련 등 지역마다 많은 이름이 있다. 산작약꽃을 함박꽃이라 부른다. 꽃만 보면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 가을엔 붉은 자투리 열매가 또한 일품이다.